불교에 귀의하는 사람들...

입력 2004-10-23 08:45:42

40대 고학력·고소득층 줄이어

"교장을 지낸 교육자, 병원 원장, 행시 출신 고위 공무원, 대기업 간부 등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이 속세를 등지고 산사로 간 까닭은 뭘까."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사회불안이 커지면서 스님이 되려는 출가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40대 이상 고연령층 출가자가 많고, 고학력·고소득층 등 만만치 않게 세속에서 지위를 누리던 사람들의 출가입산(出家入山)이 줄을 이어 주목을 끈다.

대부분 정확한 출가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기' 위해 출가한 이들이 많다는 게 불교계의 분석이다.

불교 태고종에 따르면 이달 초 입제식을 시작으로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교육에 들어간 스님이 되기 위한 합동득도 수계산림(合同得道 受戒山林·사미계를 받기 위한 불교계의 교육 과정)에 역대 최대인 281명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 해 173명보다 108명이 많은 것이며 지금까지 가장 참가자가 많았던 IMF 직후인 1999년 199명보다도 82명이 많은 숫자다.

특히 행자들 중에는 교육자, 의사, 고위 공무원 출신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교육자 출신인 도림(59) 행자는 대구사범대를 졸업한 후 교직생활을 시작해 경주 산내상업고, 구미 금오중학교 등에서 교장을 지내다 지난 7월 정년퇴임했다.

성봉(49) 행자는 경북대 의대 대학원을 나와 20여년간 경북 지역에서 병원장으로 의술을 펼쳤고, 정성(66) 행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과 전매청 등에서 근무했다.

또 동우(58) 행자는 3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윤명(31) 행자는 연극과 마당놀이에 출연한 배우이고, 법륜(45) 행자는 대한국술원 공인 7단, 대한본국검도 공인 7단의 무술 고수다.

태고종 한 관계자는 "지난 해 박현태(71·경기도 남양주 백련사 주지) 전 KBS 사장이 고희(古稀)의 나이에 태고종 승려가 된 것도 사회지도층 출신 행자 급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33명으로 가장 많으며 50대 이상도 57명이 참가했다.

남자행자가 218명, 나머지 63명이 여자행자다.

남행자 가운데는 결혼한 60여명도 끼어 있다.

태고종은 남성불자에 한해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행자들의 교육수준도 상당해 대학교 이상 졸업자가 160명이나 된다.

행자들은 4주 동안 매일 새벽예불, 불교수행론과 태고종사 등 강의, 운력(雲力·울력), 참선수행, 참회정진 등 수련을 쌓는다.

수계산림은 총 3만여배(拜)의 참회정진과 3보1배 정진을 해야 할만큼 고된 수행과정. 때문에 상당수가 고행을 견뎌내지 못하고 속세로 돌아가기도 한다.

수련과정을 거친 뒤 사미계를 받고 1년 후 다시 일정 기간 합동교육을 받은 뒤에 정식 스님이 된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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