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주 객원전문기자
러시아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의 '프린스 이고르'(보로딘 작)가 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됐다.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이다.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도노프'와 더불어 러시아 국민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인 '프린스 이고르'의 이번 공연은 대구 초연으로 그만큼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웅대한 서사적 내용과 풍부한 이국적 정서는 이 작품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2막에서 포로가 된 이고르 공을 유혹하는 '포로베츠인의 춤'은 단독으로 연주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12세기말 러시아 남방 초원지대를 침공한 동방 유목민족 포로베츠인에 맞서 싸우는 이고르 공의 애국적 원정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170년 전통을 자랑하는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은 시종 극적 긴장감과 짜임새 있는 연출을 보였다.
제3막을 생략하고 제4막을 제2막 2장에 연결시킨 전 2막 4장(프롤로그 포함), 2시간 50분에 걸친 공연은 솔로진·합창·발레·관현악이 혼연일체된 이국적 파노라마를 펼쳤다.
무엇보다 자연스런 연기를 보인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성악가 이전에 뛰어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극의 흐름에 따른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통해 무대는 시종 생동감이 넘쳤다.
무대 세트는 단순했지만 장면 전환에 따른 환상적 조명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
예수의 대형 초상화를 이미지컷으로 처리한 프롤로그 도입부와 2막 라스트 신, 적의 침공으로 불타는 도시를 암시케 하는 제1막 라스트 신, 제2막 포로베츠인의 진영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솔로진의 노래와 합창은 제몫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특히 합창 비중이 높은 이 작품에서 남녀합창은 섬세함과 웅혼함의 조화가 뛰어났다.
이 작품의 백미라 할 포로베츠인의 춤과 노래는 동양적 환상미와 관능적 야성미, 토속적 역동감이 어우러지며 다채롭고 현란하게 펼쳐져 객석을 한껏 매료시켰다.
관현악은 치밀하지 않았지만 어두운 음색, 풍부한 리듬감으로 극의 흐름을 무난히 이끌어갔다.
전통적 의상 또한 무대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했다.
이번 공연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이 작품을 본 고장 러시아 오페라단을 통해 진수를 만끽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공연은 23일까지 공연된다.
오페라가 지닌 볼 거리와 들을 거리를 푸짐하게 제공하는 이 공연을 절대 놓치기 말기를 권유한다.
서석주 객원전문기자·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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