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정면 승부수 던질까

입력 2004-10-22 11:53:49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보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첫 반응은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이라는 헌재의 논리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는 것이었다. 헌재결정에 대한 적잖은 불만을 가감없이 표현한 것이다.

탄핵안 결정때 보인 '헌재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등의 입장표명은 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 중 한사람도 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김종민(金鍾民) 대변인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카드는 충분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21일에 이어 22일에도 오전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결정은 사실상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임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정치적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첫 공식반응이 헌재결정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특유의 승부수를 마련,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헌재결정에 따라 개헌을 조기에 공론화하거나 국민투표실시라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은 현재의 정국구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고 국민투표 역시 국론만 분열시키고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노 대통령이 꺼낼 수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헌재의 결정을 수용할 경우 행정수도이전과 주요 국정과제를 모두 연계시킨 만큼 행정수도이전을 포기할 경우 참여정부의 국정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

행정수도이전은 포기하더라도 국가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방화정책을 포기하거나 전면 수정할 경우, 지금까지 내세워온 국정운영이 뒤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향후 선택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만간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의 방식을 통해 직접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6월15일·국무회의), "수도이전 찬반 논란은 대통령 흔들기의 저의도 감춰져 있다(6월18일·기자간담회),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퇴진운동으로 느낀다"(7·8지역 발전토론회)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노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결정을 뒤집을 만한 마땅한 카드가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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