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여야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강경론과 온건론이 혼재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인 반면 한나라당은 표정관리에 주력하며 충청권 민심 수습책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열린우리당=헌재의 위헌 판결 이후 말을 잃었다. 혼돈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21일 오후 긴급의총 뒤 "당·정·청 협의체를 구성해 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 지금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권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을 포기하거나 개헌.또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다시 추진하는 길뿐이다. 하지만 개헌은 국회 의석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투표 역시 그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수도이전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비관적이다.
그렇다고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행정수도 이전을 포기할 경우 여권은 급속히 힘을 잃게 되면서 정책방향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재로서는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장기전을 통한 여론흐름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단초가 바로 헌재 판결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부의 움직임이다. 여권 내에서 "헌재의 판결은 정치적 결정" "헌재 결정에 대한 법리적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헌재 판결에 대한 비판여론의 환기를 목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은 개헌을 정면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물리적으로 개헌은 불가능하지만 개헌필요성 제기는 엄청난 국민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기, 정국의 주도권을 재장악할 수도 있고 지지세력의 재결집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헌재의 위헌판결은 '굴러들어온 호박'이나 다름없다. 충청권 표심의 이탈 우려 때문에 '대안없는 반대'라는 어정쩡한 입장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헌재의 판결로 정국주도권 장악의 호기를 잡았지만 주체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지방살리기'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이와 함께 충청권 표심 이탈가능성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한나라당이 21일 헌재 판결 직후의 환호분위기를 접고 곧바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충청권에 계신 분들이 낙담하고 있는 데 대해 한나라당도 책임이 있다"며 충청권 민심달래기에 나서는 등 '표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환호분위기에 빠져 있을 수만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내놓은 대응카드에 번번이 당해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여권이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한나라당의 우려다. 특히 견고한 결집력을 자랑하는 여권 지지층들이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탄핵정국 때와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고 재결집할 경우 헌재 판결로 조성된 유리한 상황도 단번에 물건너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사실상 국정감사가 끝이 나는 22일부터 당장 위헌 판결 이후 정국변화를 가늠하고 대응방향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사진설명 : (위)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이부영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가 침울한 표정으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아래)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에 대한 위헌결정을 방송으로 지켜본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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