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헌재 결정 이후의 과제

입력 2004-10-22 09:24:14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이하 법)의 위헌선고는 향후 혼란, 격론, 갈등이 무성하는 등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헌선고는 최근 경기침체, 국가경쟁력 추락, 국가청렴도 하강 및 국가유가 상승 등과 더불어 노무현정부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선거공약사항이라며 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국정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이 법은 위헌임으로 법률적 효력이 없어졌으며, 당연히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이루어진 작업들도 모두 효력이 상실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인용한 헌법 제130조는 차치하고, 이번 결정은 우리들에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헌법 제69조의 선서문을 상기하게 한다.

이번 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된 하루였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8 대 1로 결정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즉 서울은 수도를 의미하며, 그것은 우리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합의를 갖고 있으므로 수도문제는 관습헌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도이전결정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고, 또한 그것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하나이므로 헌법 제72조 및 130조의 참정권적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정신을 무시한 채 국가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집권세력에 대해 헌법의 가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이다"라고 말한 청구인단 모 변호사의 말이 이 문제의 본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그는 또 노무현정부에 대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고, 예측가능성을 보여주는 파악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국민통합차원에서 추락하는 국가위상을 살리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 충고까지 하였다.

지난 2년여 동안 정부는 대선공약이면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에 전국이 골고루 잘 살게 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사업으로 수도이전계획을 추진해왔고, 이를 통하여 수도권 편중지양, 불균형 해소를 기대하였다. 7월 5일 후보지에 대한 평가결과가 공개되었고, 8월 11일 최종입지를 확정 발표한 바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 하루 전날 지방 도시의 한 토론회에서 '강한 집단의 이기주의는 사회적 갈등을 격화시키고 심각한 낭비를 가져온다고 말하여 추진의사를 강하게 시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수도이전에 대한 극히 상반된 시각- 즉, 수도이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거나, 이전관련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정치적 해석, 인플레이션 가능성 및 엄청난 비용 등을 들어 부정적 효과를 주장-들이 우리들을 무척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바람직하지도 못하며,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잠시 다른 나라의 수도이전사례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성을 살펴보자. 먼저 장기간의 계획에 의하여 꾸준히 건설(예컨대 브라질리아)되었고, 여론형성에 적극 노력하고 여야를 포함한 의회의 지지를 폭넓게 얻어 건설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신적 통일감,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는 점, 정부업무기관의 이전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뛰어넘어 다양한 기능이 창조하도록 건설(예컨대 말레이시아의 庭園, 정보도시 및 녹색 문화유산도시)한 점을 들 수 있다.

끝으로 엄청난 재정투입이 수반되었다는 점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독일이 분단기간 동안 사회 전반에 깔려있었던 이질감 극복과 갈등요소 해결을 위하여 수도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사정과 청년실업문제는 가장 선결되어야 할 국정과제라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논쟁은 그만하고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길 정치인들에 꼭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수도이전을 계속 시도하고자 한다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며, 국정운영방식의 개선도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헌재결정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의지는 조금도 꺾여서는 안되고 중단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의 지방이전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이며 지방의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지방분권 역시 조금도 주춤거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학수 대구가톨릭대교수·행정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