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수시 모집 제도 때문에 고3 교실 수업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우려의 소리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획일적인 입시 제도를 다양화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키우자는 게 수시 모집의 취지지만 그 부작용의 한 예가 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수시 모집 합격자들은 남은 고3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일탈하는 문제들이 해마다 반복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방치된 채 '고교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상태로 교실에서는 졸거나 '왕따'되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 고3 교실의 파행 수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수능에도 일부 영역을 치르지 않는 데 따르는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 교육의 파행은 말이 아니다. 일부 고교 인문계열의 경우 수학을 선택한 학생이 학급당 10명도 안 돼 앞자리로 모아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자습한다니 수업이 제대로 되겠는가.
◇ 올 대학 수능에 수리 영역(수학)을 치르지 않는 대구의 수험생이 전국 평균의 2배인 24%에 이르러 고3 교실 수업 파행이 심각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일부 고교는 인문계열 별도 반을 편성하거나 아예 수학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중간'기말 시험 때는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문제를 사전에 찍어주는 편법도 성행한다니 걱정이다.
◇ 이는 지역 대학들이 대부분 신입생 선발 때 수리 영역이나 언어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2+1' 체제를 채택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고교의 파행 수업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인문계열 수험생 40% 이상이 수학을 선택하지 않고, 54개 일반계 고교 가운데 34개교가 수학을 선택하지 않은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에 대해 새삼 말할 나위 없는 형편이나, 우리 교육이 과연 이대로 가서야 되겠는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고교 교육 과정과 대입 제도의 상치로 빚어지는 고3 교실의 파행은 끊임없이 편법과 변칙으로 이어지고 있어 분명 더 이상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파행도 정도 문제이지 이렇게 가다가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가치관만 심는 꼴이 되지 않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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