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쏜다"...클레이 사격

입력 2004-10-20 12:49:38

클레이사격 마니아 김만태(51·문경시)씨. 긴장된 표정으로 사대에 서자 이내 주황색 접시가 쏜살같이 허공을 향해 솟아오른다.

1, 2초 후 "탕! 탕! 탕!"귓전을 때리는 총성과 함께 박살난 접시 조각조각들이 허공에 흩어진다.

총을 꺾자 뿌연 연기에 휩싸인 탄피가 "뿅 뿅" 튀어나온다.

사격 경력 5년의 김씨는 주말마다 문경관광사격장을 찾아 3~4라운드씩 방아쇠를 당긴다.

"탁 트인 야외 사격장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총기의 반동으로 어깨가 휘청거리고 호쾌한 총성에다 산산조각나는 접시를 보면 온몸이 짜릿하죠."

김씨는 "3일에 한 번씩 한 달 정도 쏘면 절반 이상 접시를 명중시킬 수 있다"며 "클레이 사격은 자기컨트롤을 배우고 고민과 걱정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그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관광사격장 김백운(38) 코치는 "초보자도 현장에서 코치의 설명만 잘 들으면 곧바로 몇 개는 맞힐 수 있고, 한 달 정도 기본자세를 익히면 일반인용 트랩에서 70~80% 정도 맞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또 "잽싸게 날아가는 목표물을 쏘아 맞히는 클레이사격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키우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레포츠로 정신력과 체력이 함께 길러진다"고 설명했다.

근래 들어 여성을 비롯한 클레이사격 동호인들이 많이 늘고 있다.

문경관광사격장의 경우 주말이나 휴일에는 200~300명씩 찾고 올 한해 1만여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체나 대학생 MT 등 단체로 클레이 사격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클레이사격장과 비용

대구 인근에는 문경관광사격장(054-550-6446)과 창원종합사격장(055-282-0900)에서 클레이 사격을 즐길 수 있다.

문경사격장은 수안보 온천, 문경새재, 드라마촬영세트장 등 문경관광에 나선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

문경사격장은 경기용 사대(복합용)와 관광용 아메리칸트랩 사대를 운영하고 있다.

문경시에서 운영하는 만큼 요금은 1라운드 기준(25발) 1만7천원으로 다른 사격장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관광객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개장한다.

창원종합사격장은 부곡하와이 온천, 북면 온천과 겸해 사격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정병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멋진 조경으로 결혼식도 자주 열린다.

창원사격장은 총과 재킷, 귀마개 등을 빌릴 경우 보통 25발 1라운드에 2만5000원. 총을 갖고 있다면 실탄 1박스(25발)에 5천원이다.

◇복장과 장비

다른 종목의 사격과는 달리 클레이 사격 복장은 크게 제한이 없다.

바지는 편안한 평상복이면 되고 윗옷은 간편한 티셔츠 위에 사격조끼를 입으면 된다

그러나 총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귀마개는 하는 것이 좋다.

또 가능하면 눈을 보호하는 사격용 안경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사격장에서 모두 대여해 준다.

◇안전 수칙

사대에서는 정숙해야 하고 통제관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금연은 물론 빈 총이라도 남에게 겨누거나 작동해서는 안된다.

코치의 지시 없이 총을 내리거나 틀고 뒤돌아봐서도 안된다.

격발 전후에는 총을 반드시 꺾어놔야 한다.

휴대전화는 진동으로 하거나 전원을 꺼야 한다.

선수용 사대의 경우 음성인식기가 민감하게 반응해 피전을 쏘아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대에 들어가기 전에 실탄을 충분히 준비하고 타인의 총기나 실탄에 손을 대거나 사용해서도 안된다.◇ 클레이 사격이란클레이 사격은 실탄이 장전된 총으로 날아가는 진흙(클레이) 접시를 쏴 깨뜨리는 레포츠다.

19세기 중엽 수렵을 좋아했던 영국 귀족들이 비둘기를 표적삼아 사격을 한 것이 기원. 비둘기를 사용하는 데에 비판이 일면서 점차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구운 접시 모양의 점토가 표적으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진흙 접시를 '피전(Pigeon·비둘기)'이라 부른다

클레이 사격에는 서킷, 트랩, 더블 트랩 등 세 종목이 있다.

서킷은 양옆에서, 트랩은 상하좌우로 불규칙하게, 더블 트랩은 2개가 동시에 날아오는 표적을 각각 맞히는 경기다.

접시는 10m쯤 떨어진 땅 속에서 솟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이동한다.

사용되는 실탄은 300개의 작은 납알이 들어간 산탄(散彈). 납알들은 탄막을 이루며 날아가 접시를 명중시킨다.

트랩 경기는 시속 80~90㎞ 속도로 80여m를 비행하는 접시를 맞혀야 한다.

접시가 날아가는 게 눈으로 보이지만 숙달되지 않으면 맞히기가 쉽지 않다.

초보자들은 비교적 맞히기 쉬운 단계인 '아메리칸 트랩'이라는 별도의 종목을 통해 클레이사격을 처음 시작한다.

아메리칸 트랩에서 접시는 시속 40㎞로 일정하게 날아간다.

보통 아메리칸 트랩을 1년 정도 쏜 뒤에 경기용 사격으로 넘어간다.

초보자들도 아메리칸 트랩에서라면 10개에 1, 2개 정도를 쏘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춘수 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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