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 "보스턴의 저주는 내가 푼다"

입력 2004-10-20 07:52:06

"오티스의 방망이로 밤비노의 저주를 푼다." 미국프로야구 데이비드 오티스(28.보스턴 레드삭스)가 이틀 연속 천금같은 연장 끝내기 적시타를 터트리며 벼랑끝에 몰렸던 팀을 기사회생시켰다.

오티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4-4로 팽팽히 맞선 연장 14회말 2사 1,2루에서 양키스의 7번째 투수 에스테반 로아이자와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끝에 짜릿한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오티스의 안타로 2루주자 조니 데이먼이 홈을 밟아 5시간30여분의 대혈투가 승리로 막을 내리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팀원들은 한꺼번에 몰려나와 오티스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또 쌀쌀한 날씨에 손을 호호불며 늦은 밤까지 경기장을 지킨 홈팬들은 '두 잇 어게인, 파피(Do It Again, Papi)!"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이틀 연속 팀을 수렁에서 건진 영웅에 열광했다.

보스턴 팬들은 전날 리그 챔피언십 4차전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2점 홈런으로 팀의 6-4 역전승을 이끈 오티스에게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고, 오티스는 이런 홈팬들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한 셈.

오티스는 4차전에서 볼넷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로 무려 4타점을 혼자 올리며 펄펄 날았고, 5차전에서도 6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고군분투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오티스는 이날 1회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2-4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8회엔 솔로홈런을 터트려 추격의 불길을 댕긴 데 이어 끝없는 연장승부가 계속되던 14회말 2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 힘겨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티스는 이처럼 불붙은 타격감으로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포함, 경이적인 포스트시즌 타율 0.500을 기록하며 4번 지명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7년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도미니카공화국 태생의 오티스는 2003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레드삭스 군단에 합류한 좌타자.

힘과 끈기의 타격으로 유명하며 올시즌 0.301의 타율과 41홈런, 139타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주포로 자리잡아 포스트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오티스라는 확실한 해결사를 얻은 보스턴이 여세를 몰아 앙숙 양키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 해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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