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 어떻게...

입력 2004-10-18 19:00:16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대다수 아이들에게 수학은 지루한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학이란 과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학을 포기할 것인가.

부모들은 안달이 난다.

공식을 외우게 하고, 학원에도 보내보지만 좀처럼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수학을 잘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본 다지기에 충실할 것"을 권한다.

개념이나 공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흥미 잃는 아이

'재미있어 하던 수학을 갈수록 어려워해요.'

중학교 1학년생 딸을 둔 김모(39·여·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아이의 수학 성적을 보면 속이 상한다.

더욱이 벌써 수학을 포기한 듯한 아이의 태도는 애가 타게 만든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만 해도 5학년 수준의 문제를 척척 풀던 아이였으니 답답함은 더했다.

그러던 김씨는 얼마 전에야 아이의 수학 성적이 떨어진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담임교사로부터 수학 수업시간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미리 배운 탓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거죠. 중요한 개념을 하나둘 놓치게 되고 그게 차츰 쌓이다보니 수학이 지루한 과목이 돼버렸다는 겁니다.

"

교사들은 수학을 잘 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흥미' 여부에 있다고 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경우 기초적인 개념 정리 없이 계산하고, 공식을 암기해 문제 푸는 요령만을 익힌 탓에 새롭고 복잡한 문제를 보면 막혀버려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것.

천미향 경대사대부설초 교사는 "취학 전 학원에서 2, 3학년 수준의 연산을 미리 배워오는 학생이 학급의 3분의 2정도 된다"며 "이런 아이의 경우 대부분 암기나 기계적인 훈련으로 인해 기초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년이 오를수록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기초 다지기가 중요

수학만큼 논리성이 요구되는 과목은 거의 없다.

논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재호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는 "수학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력과 논리력, 추리력 등을 키워가는 학문이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 이해가 중요하다"며 "처음 배우는 단계부터 정확한 개념 정리가 잘 돼 있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교사들은 안타까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기교육. 남보다 빨리 익히기에만 열중한 탓이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흥미를 잃는 것은 물론 잠재된 수학적 재능마저 망가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남승인 대구교대 수학교육학과 교수는 "수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아이에게 성급하게 연산을 가르치는 것은 이가 막 난 아이에게 고기를 씹으라는 꼴"이라면서 "지능 발달과 학습 수준에 맞는 단계적인 지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수학 문제를 빠른 시간에 푸느냐 보다는 하나를 풀더라도 '왜 그렇게 되는지'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수학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계산을 잘한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최병훈 동성초 교사는 "수학을 잘하는 영재반 학생 가운데도 계산이 서툰 학생들도 있다"며 "수학을 잘 한다는 것은 정형화된 답을 찾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해답에 이르는 길 찾기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활용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데 있다.

이를 통해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관찰·분석·조직·사고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때문에 '왜'라는 질문 던지기가 중요하다.

다양한 발상을 통해 답을 찾고, 스스로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길러진다

7차 교육과정 속의 수학은 아이 스스로의 활동을 중요시하고 스스로 사고하게 해 수학적인 힘을 길러주는 이른바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깨달아 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기계적으로 공식이나 규칙을 적용해 결과만 맞히는데 익숙한 아이라면 학습방법을 바꿔줘야 한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단계가 뚜렷한 만큼 한 칸 한 칸을 빠뜨려서는 수학을 잘 할 수 없다.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고, 일상 생활 속에서 수학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효과적 수학 지도법

문제를 풀 때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을 위해 교사들이 말하는 지도법을 소개한다.

△해 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수학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준다.

풀어 보는 경험이 듣고, 외우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본다.

효율적인 학습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단계에 맞는 수준별 학습을 진행한다.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개념은 확실히 해 둔다.

수학의 기호는 약속이다.

cm, m, kg 등 수학 기호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구구단은 8, 9세 때 학습 하는 게 적당하다.

수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많은 문제를 의미 없이 푸는 것보다 한 문제를 완벽하게 아는 게 낫다

원리를 알면 사고력이 커진다.

△어려워 해도 가르쳐주지 마라. 모르면 다시 책을 뒤져볼 수 있게 돕기만 해라.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수학 원리를 찾는다.

수학은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이를 적용해 본다.

△독서왕이 곧 수학왕이다.

책을 꼼꼼히 읽으면 사고력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교과서를 활용하라. 교과서만큼 좋은 학습도구는 없다.

꾸준히 복습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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