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 실컷 두들겨패서 '묵사발'을 만들어놓고 뒤늦게 "미안하다"고 하는 경우는 이 사회에 흔하다. 여론에 등 떠밀린 식약청의 졸속 발표, 유죄(有罪)의 가능성을 예단한 경찰 수사, 쓰레기란 표현까지 써가며 신나게 부풀린 언론의 보도 경쟁은 우리의 만두 시장을 망쳐놓았다. 그 만두가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예를 회복했다. 불량 만두가 아니라 '멀쩡한 만두'라는 것이다.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자료는 경찰이 의뢰한 쓰레기 같은(?) 무와 원료 세척수를 조사했더니 이름도 이상한 '스타필로코쿠스' 등 두 종류의 균을 검출했다고 했다. 그리고 식약청은 이 균들이 질병 유발 보고가 없는 비병원균이거나 가열처리 때 사멸하는 균이라고 감정했다. 국과수는 결국 식품 유해물질의 함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는 것이 국회보고다. 식약청장이 국회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고 했으니 게임은 끝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같은 졸속 조사와 '출세 지향적 실적 수사' 때문에, 망한 업체는 수두룩한데 공권력을 휘두른 가해자들은 멀쩡하다는 데에서 기업들의 울분은 터지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수사의 '오발탄 시리즈'는 이것으로 3탄째다. 89년의 공업용 우지(牛脂) 라면 사건, 98년의 포르말린 골뱅이 사건, 그리고 2004년의 불량 만두 사건이 그것이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모두가 무죄 판명이 났을 땐 기업들이 '모두 망한 뒤'라는 게 그 하나. 검찰과 경찰이 '공업용' '포르말린' '쓰레기(단무지)'라는 선동적인(?) 용어의 마력에 휘말려, 사건의 핵심인 '인체 유해성'을 예단하는 공명심에 불탔다는 것이 두 번째 공통점이다. 비과학'비전문성이 빚어낸 '망(亡)한 수사'를 삼세판이나 되풀이한 꼴이다. 자, 이제 라면-골뱅이-만두 다음의 네 번째 희생양은 어떤 음식일까?
◇불량만두, 아니 '멀쩡한 만두' 사건 이후 정부는 화닥닥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한데, 또 웃기는 것이, 복지부의 용역 의뢰에 따라 2001년에 이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총 37조(條)의 이 기본법 초안을 제출했다는 거다. 결국 3년 전에 법안을 만들어만 놓고 팽개쳐 놓았다가 일 다 터지고 호들갑떨고 있다는 얘기다. 참말로 걱정된다.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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