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자녀들을 좁은 고향땅에 붙잡아두지 않고 집 세상 바깥으로 떠나보내는 것을 대처(大處)로 보낸다고들 한다.
대처란 좀 더 큰 세상이나 '큰물'. 다시말해 대도시를 말했다. 새로운 큰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좀더 성숙하라는 기대와 바람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이 변호사나 재야인사의 위치에서가 아닌 국가 경영자로서 대처(해외)에 나가 바깥 큰 세상을 나가보고 오는 것은 잦을수록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출국전 대처에 나간 시골 청년이 '큰물'속에 들어가 보고 사고의 틀을 확 바꾸듯이 노 대통령의 국정을 관조하는 안목과 통치 철학에도 뭔가 유익한 변화가 있으려니 하는 기대를 가졌었다.
그리고 기대한 대로 기업과 경제가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 하는 냉혹한 세계시장과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인식을 갖게 된 듯한 몇몇 발언들을 통해 역시 대처에 나가보길 잘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했다.
"공장 해외이전은 산업 공동화를 추진하는 논란은 있지만 기업은 좋은 곳에서 살아야지 불리한 곳에서 도덕심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나 "안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죽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낫다"며 해외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 발언은 기업의 고충과 현실문제를 조금은 이해한 듯한 말이다.
대처에 나가기전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괜찮다'던 식의 편향적 사고로부터 엄청난 진로 수정을 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기업진출 환경이 대통령 생각대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식으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옮겨가 있는 중국의 경우 칭다오에만도 6천217개 한국기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빠져나가 있지만 점점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값싼 땅에 싼임금 무제한적인 행정지원이 기업유치의 미끼로 던져졌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중국)도 주판알을 다시 튕기기 시작했다.
물류조건이 좋은 바닷가 연안지역 주요도시에는 이미 한국에서 투자하겠다고 입만 떼면 칙사대접하며 모셔가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조선'전자'IT'자동차'화학부문이 아닌 업종은 수백㎞ 떨어진 내륙시골도시로나 올테면 오라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소위 무역적자 요인이 되고 있는 전략업종에만 눈독을 들이고 이미 중국이 기술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분야의 업체는 내륙농촌으로 밀어넣는 추세다.
자치지구별로 외자유치 과열경쟁으로 공짜나 다름없는 싸구려 값에 내놓던 땅도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최저제한가격을 그어 놓았다. 제값받기가 시작된거다. 지방시장(市長)들이 제멋대로 변경해주던 토지이용 허가도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내려준 용도외에는 해외투자기업가 할아버지가 와도 바꿔주지 않는다.
농경지 보호는 절대적으로 강화되면서 골포장허가도 이제는 맘대로 안된다.
법인세 조건도 해외기업 경우 15%로 낮춰 주던 것을 24%로 올렸다. 해외기업을 보호한답시고 자국 중국기업에게는 33%씩 매기던 법인세도 거꾸로 24%로 낮췄다.
땅 면적도 이제는 넓게 분양해 주지 않고 고층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한다. 남아 넘치던 땅도 빵조각 떼주듯 실속차리며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중국 투자기업의 성공률이 미국기업 70% 일본기업 50% 한국기업 15%라는 것이 10년간 투자해온 칭다오 경제고문의 체험적 분석인 마당에 땅규제, 법인세 강화, 환경보호, 업종 제한 등이 시작되고 있는 투자환경변화는 노사환경'고임금'행정규제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탈출해 나온 한국기업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기업은 좋은 곳에서 해야지 불리한 곳에서 해서 안되고', '밖으로 나가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말이 쉬워 해외로 가지 바깥은 어차피 점점 제잇속챙기며 차가워지는 남의 땅이다. 죽지못해 나가는 기업들로서는 '내가 통치하는 곳은 기업하기 불리한 곳이니 좋은 곳(남의 나라)찾아가서 벼텨봐라, 도와주겠다'는 지도자보다 '내밑에서 기업해도 바깥보다 더 좋은 곳이 되도록 기업환경 만들어주고 지원해주겠다'고 하는 지도자를 더 바랄 것이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지도자가 안방기업을 따뜻하게 해줄 생각보다 반기업 세력을 껴안은채 기업보고만 바깥으로 나가라고 한다는 섭섭함을 곱씹는다. 창밖 세상은 점점 찬바람이 더 세게 부는데….
노사문제'행정규제 같은 얼마든지 고쳐줄 수 있는 고질병 때문에 내나라 젊은 청년 실업자들 떨궈놓고 기계 뜯어 밀려나와 어느 땅으로 가야 살아남을까 전전긍긍하며 실패율 85%의 모험에 맞서야 하는 불쌍한 한국의 기업인들. 정녕 그들은 세계 경제시장 바닥의 '집시'가 돼야만 하는 것인가.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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