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부럽지 않죠" 도배사 모임 '삼방 산악회'

입력 2004-10-16 10:04:00

"새 집'을 선물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16일 오전 9시 남구 대명동의 아동복지시설 '혜천원'. 대구지역 도배사 모임인 '삼방 산악회' 회원들과 혜천원 직원 등 40여명은 때 묻은 헌 벽지를 떼어 내고 새 벽지로 도배하는 작업을 하느라 방마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아이들 방 28개와 큰 거실이 이날의 작업량. 벽 높이를 입력하면 벽지를 자동으로 재단, 풀까지 발려져 나오는 기계를 동원하다 보니 몇 번 손질에 금세 깔끔한 방이 탄생한다.

한 직원은 "제대로 인건비를 들였다면 300만원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후원금도 줄어드는 마당에 이렇게 봉사를 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삼방 산악회는 대구지역 도배사들이 친목을 위해 결성한 단체로 3년째 노인·아동 복지시설들을 찾아다니며 공짜로 도배를 해 주고 있다.

방이 많은 이들 시설들은 노후된 벽지를 바꾸고 싶어도 인건비가 비싸 도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원들은 이런 이들을 위해 매년 도배봉사를 해 오고 있다.

"사할린 귀국 동포들이 사시는 고령 '대창양로원'에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화사한 방에 들어가신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회장 송대철(43·북구 칠곡)씨는 깔끔하게 도배된 새 방에 들어선 이들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을 매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건축경기가 나빠져 일감도 줄어든 형편이지만 '1년에 반드시 2번은 도배 봉사한다'는 내부 규약까지 정할 정도로 회원들은 봉사에 열심이라는 것.

회원 황병완(59·수성구 중동)씨는 "경산 '사랑의 집 짓기' 현장에는 3년째 참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재료는 해당 복지시설에서 제공하니까 쉬는 날 하루 정도 일품을 파는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홀몸노인들의 집을 방문, 장판을 갈아 주거나 보일러를 고쳐주고 있다.

"내게는 손쉬운 일이 남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도배봉사가 필요한 복지시설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지요."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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