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입력 2004-10-15 11:18:01

가을, 온갖 모임들의 잔치가 베풀어지고 있다.

이럴 때면 유독 가진 자들의 자선이 두드러진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한 연말 연시의 이웃돕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나눔의 모습이다.

이런 행사장마다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특별출연'이란 이름의 찬조다.

크든 작든 모임이나 단체의 잔치에는 지위와 경제력에 맞춰 이름값을 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그런데 이런 더 많이 가진 자의 기여행위가 개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 37만명 시대에 들어선 디지털 산업도시 구미에는 삼성그룹과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600여개 기업들이 가동되고 있다.

연간 생산액 35조원에다 2003년 12월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수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 기업이 인프라구축으로 지역과 상생을

이런 산업도시에 특급호텔은 물론 제대로 된 컨벤션센터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외국 바이어나 중앙 및 각계의 손님들을 모시거나 그럴듯한 행사를 치를 때면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기업을 쳐다본다.

자치단체 구미시까지도.

지난해 말 경부고속도로 구미~동대구간이 8차로로 확 넓혀진 뒤 평일 하루 평균 2만대(구미 및 남구미IC 합계)이던 입출 차량이 2만3천대로 늘어났다.

고속철 김천역사가 들어서면 사람과 돈이 구미를 빠져나가기는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구미 현장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이 토론하고 먹고 마시고 쉬는 모든 과정들이 구미에서 가능해져야 한다.

삼성이나 LG는 자체에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시설도 있다.

문제는 중소업체들이다.

한 때는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에서 워낙 손을 벌려대는 통에 "준조세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쳤고 이는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었다.

하긴 지금도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목 좀 그만 잡고 도와주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도시성장=기업발전'이란 도식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문화·복지기반 인프라 구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지역 발전과 상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는 울산에 '아산로'를 건설해서 기증했고 포스코는 광양에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해서 기증했다.

삼성이나 LG가 구미지역 기업으로서 그런 역할을 맡아주기를 지역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 기관 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 어느 한쪽에서 깃발을 들어달라는 것이 지역 여론주도층의 주문이다.

◇ 삼성이나 LG가 앞장서라

마침 구미에는 금오공대가 연말이면 신평동에서 제4공단으로 캠퍼스를 옮겨가고 도심의 캠퍼스를 구미산업단지 혁신지원 HUB 역할로 활용하는 방안이 지역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기능에만 치중하고 R&D 등 내부혁신 기반이 취약한 구미로서는 기업체 대학 상공단체 등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업이 나서 컨벤션센터 같은 지원센터 건립에 앞장 선다면 자치단체에서도 적극 협력할 것이다.

이수일 한국전기초자 사장은 "대기업에서 앞장서면 다음 규모의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고 중소기업들도 가만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쪽을 겨냥했다.

삼성이나 LG로서는 마뜩찮을지도 모르겠다.

툭 하면 우리냐고? 그러나 개인에게만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조 단위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대기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

연간 생산 15조원의 삼성전자나 근로자수 1위의 LG가 앞장 서는 것은 당연하다.

자치단체를 비롯한 각종 기관, 협력업체, 수많은 근로자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지역에 무엇을 했느냐는 지역내에서의 기업에 대한 기대치에 답할 기회다.

기여에 대한 대가는 또다른 차원의 얘기이고 일단 대기업부터 지갑을 열 일이다.경북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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