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을 나선다.
그동안 숨어 있던 풍경들이 하나둘씩 차창에 살며시 얹힌다.
길섶의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살랑이고,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로 왠지 서럽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 찬바람마저 미운 것일까! 누렇게 익은 벼가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억새밭이 온 산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단풍은 언제쯤 그 붉은 빛으로 우리 가슴을 물들일까.
쪽빛 동해.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다색도 변했다.
봄의 비취색이 이젠 쪽빛이다.
바닷 바람이 상큼하다.
들꽃도 한창이다.
그저 버려두어도 꿋꿋이 그 향기를 전하는 들꽃. 화려하진 않지만 가을동화가 된 꽃들….
우리네 마음을 흔들던 코스모스가 조금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사람 키만큼 훌쩍 큰 코스모스 그늘로 인해 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자라기 전에 모두 잘라버리기 때문이란다.
최근 몇몇 시·군에서 코스모스 살리기에 나선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덕군은 1999년부터 토종 코스모스 꽃밭을 만들고 있다.
특히 봄이면 복사꽃으로 이름난 오십천 일대나 영덕읍에서 병곡면까지 7번 국도를 따라가면 코스모스 군락을 볼 수 있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 입구 1만여평의 들녘에서도 빼곡이 들어선 코스모스밭을 만날 수 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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