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맑고 산좋은 청도

입력 2004-10-13 14:13:58

황금들녘을 지키는 허수아비와 시골길의 코스모스,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산들….

가을이 깊어간다.

붉은 빛으로 곱게 물든 감도 이제 돌담장 너머로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주 5일 근무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도심을 벗어나려 하지만 막상 차에 오르면 어디를 가야할지 정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대구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물 맑고 산 좋은 청도가 첫 손에 꼽힌다.

■ '반시의 고향' 청도

청도군내에는 감나무가 30만주나 될 만큼 유난히 감이 많다.

청도 감은 쟁반같이 동글납작한 모양이라 '반시'라 부르는데 씨가 없는 것이 특징. 육질이 유연하며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다.

청도 반시는 서리를 맞은 감이 물러져 약간 타박하면서도 달콤한 감칠맛, 뜨거운 물에 담가 삭힌 탈삽감맛, 가을에 따서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가 겨울철 따뜻한 구들목에 누워서 먹는 찬 홍시맛, 꼭다리에 벌레먹은 충시(蟲枾)맛 등 제각각이다.

청도를 지나는 모든 국도와 지방도는 발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길의 연속이다.

운문사로 가는 20번 국도변의 매전면 일대와 대구에서 청도를 오가는 30번 국도의 이서면과 화양읍에 펼쳐진 감나무 단지, 경산∼청도읍을 잇는 25번 국도변의 감나무 가로수도 이방인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 청도 남산

청도읍 상리와 화양읍 교촌리, 각남면 사리의 경계에 있는 청도 남산은 화악산 북쪽에 해당되며 각북의 비슬산에서 뻗어나온 산맥위에 있다.

남산은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주변경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산행시간도 3시간에서 5시간 정도로 가족산행코스로 적당하다.

청도 남산의 등산코스는 다양하다.

죽림사에서 시작해 헬기장-정상-한재고개-봉수대-상여듬바위-체육공원-시외버스터미널로 내려오는 종주길은 청도 남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산행코스다.

이 코스는 화양읍 신봉리를 지나 길 건너편에 '죽림사'라는 푯말에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홍도골과 신기마을의 갈림길이 나온다.

홍도골로 30분정도 올라가면 무성한 대나무들이 사찰을 감싸고 있는 죽림사가 남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주차한 후 먼저 죽림사의 시원한 우물물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산행이 끝날 때까지 마땅한 식수가 없기 때문.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리본을 따라 과수원길을 거쳐 소나무 숲속을 30분정도 올라 8부능선에 올라서면 청도읍내와 저수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올라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급한 경사를 올라서면 정상이 보인다.

여기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올라갈 때는 지루했지만 내려오는 코스는 좌우로 청도의 이름난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능선길과 절벽 사이로 멋진 풍경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한재고개로 가는 길은 억새밭이 산을 돌아 넘어가는 구름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곳의 안개와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청도8경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 적천사 은행나무

괘불탱화가 유명한 고찰 적천사도 청도에서 가볼만한 곳이다.

적천사에는 수령 8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28m, 둘레 11m의 은행나무가 있는데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심은 것이란다.

특히 원색의 단풍이 쏟아져 내리는 이 은행나무 아래서 오는 16일 오후 6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 용암온천

청도의 가을단풍 산행 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게르마늄 유황탄산 온천수를 지하 1천8m에서 뽑아 올리는 용암온천(054-371-5500)은 43℃의 따뜻한 물을 원수 그대로 공급해 산행에 지친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국내 최대 웰빙 온천을 자랑하는 용암온천은 최근 하이드로테라피 바데풀(수치료탕)시설을 갖춰 재개장했다.

■ 청도 추어탕

청도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자면 추어탕은 아니다.

청도의 동창천, 다로천, 밀양 얼음골 등에서 잡은 쏘가리·메기·꺽지·망태·퉁가리 등 민물고기가 재료. 만드는 방법은 추어탕과 비슷하다.

전라도 특히 남원식 추어탕이 걸쭉하고 뒷맛이 두텁다면 국물이 맑은 청도 추어탕은 개운하고 시원하다.

청도역 부근에 밀집해있는 추어탕 전문식당 중 의성식당(054-371-2349)이 유명하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사진: 적천사 앞뜰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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