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길의 베트남 여행기-원시림내 빈쩌우 온천

입력 2004-10-13 14:13:58

빈쩌우(Binh Chau) 온천으로 향했다.

더운 나라의 온천욕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흙먼지가 날리는 붕따우 시외버스 터미널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고철 덩어리 같은 차들이 더위먹은 듯 이리저리 제 멋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터미널 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빈쩌우행 매표소를 물었더니 저쪽 길가 모퉁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100여m쯤 길을 따라가니 버스 한 대가 행선지 표시도 없이 서 있었다.

꾀죄죄한 옷차림의 현지인 몇 사람이 버스 안에서 떠들썩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현지인들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이방인을 쳐다보았다.

서로 말을 건네려 한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눈웃음으로 대신했다.

숨통이 막힐 듯한 무더위에다 소란스럽고 지저분한 버스 의자에 몸을 의지하려니 불편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떠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차장인 듯한 사람에게 손짓으로 떠날 것을 재촉하니 10분 후에 떠난다고 한다.

그럭저럭 30~40분가량 지체한 뒤 시동 거는 소리가 났다.

이제 가나보다 하고 있는데 1분도 채 안돼 차량 수리창고로 버스 앞머리를 들이댄다.

승객을 태운 채 버스 밑창을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요란했다.

30여 분이 지나서야 망치소리가 멈추고 드디어 버스가 움직일 낌새다.

수십 번 가다 서고, 빈쩌우 분기점에서 온천 리조트 19㎞ 표지판이 보이는 근처에 버스 앞머리를 180도 회전시켜 정차를 한다.

종점이란다.

빈쩌우 온천장이 있는 마을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이곳이 종점이라니…. 도리 없이 짐을 챙겨서 내렸다.

낯선 곳이라 동서남북도 가늠되지 않았다.

내리자마자 오토바이맨들이 몰려왔다.

우선 마른 입을 추겨야겠기에 의자가 놓인 가게로 향했다.

사탕수수 음료인 '늑미아'를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오토바이맨들도 줄줄 따라붙어 행선지를 묻고 가격을 불러대며 귀찮게 한다.

요금 흥정이 시작되자 서로 신경전이 벌어졌다.

누가 이기나 하고 천연덕스럽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딴전을 부리고 있는데 우두머리쯤되는 오토바이맨이 다가와 요금 절충 의사표시를 하기에 못 이기는 척하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굉음과 흙먼지가 뿌연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온천리조트에 닿았다.

온천 분위기가 너무 조용했고, 야외온천욕에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 온천 리조트는 호치민 시 중심부에서 약 150㎞ 거리에 위치한 밀림지대로 자연보존구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호치민 시에서 승용차로 3시간30분, 붕따우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지만 도로사정이 열악해 정확히 소요시간을 재기 힘들었다.

밤에는 인적조차 없는 원시림에 파묻힌 적막함이 느껴졌다.

적막한 행복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발길을 돌리려니 오토바이 뒷자리가 생각났다.

온천 리조트에서 빈쩌우 마을로 돌아오니 시골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아낙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고향처럼 푸근했다.

전 계명대 교수·사진작가사진: 빈쩌우 마을시장. 생선을 내다파는 노점상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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