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래 사이버에 달렸다-(3)기계·금속업계

입력 2004-10-13 09:20:21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칭기즈칸을 배우자는 열풍이 거세다.

걸어다니던 시대, 기병을 무기로 세계를 제패한 칭기즈칸의 스피드를 본받자는 것이다.

유례없는 내수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신장세를 이어가고 지역 기계·금속업종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속도'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남보다 앞서 달리는 스피드. 그리고 기업인들은 스피드를 올려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디지털'을 꼽고 있다.

◇책임TECTOOL의 사례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의 공구유통업체 책임TECTOOL(대표 최영수). 이 회사는 공구유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바코드를 도입,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했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에서 취급했던 공구 종류는 4만3천여 가지. 올들어 취급 품목이 4천여 가지나 늘면서 매출이 100억여원이나 증가했지만 이 회사는 업무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다.

올해 매출증대로 20여명의 인력이 더 필요했지만 뽑지 않았던 것. 바코드 덕분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문이 오면 영업담당 직원이 4만 가지가 넘는 물건 가운데 주문 품목이 있는지 여부를 재고장부에서 찾은 뒤 창고에서 직접 뒤져야 했고 재고가 몇 개나 있는지도 수작업으로 세야했다.

워낙 물건 종류가 많다보니 업무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실수도 연발이었다.

하지만 바코드를 통한 전산화로 이제는 주문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주문제품의 위치와 재고물량 등을 파악, 바로 발송할 수 있게 됐다.

이지예 홍보팀 주임은 "예전엔 영업사원이 외근 중에 주문 의뢰를 받으면 회사로 전화를 걸어 어떤 물건이 있는지, 몇개나 있는지 찾아달라고 했다"며 "이제는 영업사원들이 바깥에서 자신의 PDA로 품목 존재 여부, 재고 수량 등을 바로 파악, 발송까지 가능한 디지털화가 완성되면서 업무 스피드가 몰라보게 빨라지고 엉뚱한 물건을 발송하는 일도 사라졌다"고 했다.

직원이 200여 명인 이 회사는 박사급 인력을 포함, 10명으로 구성된 전산실을 운영하며 디지털화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진부터 종이 결재를 없애고 인트라넷을 통한 업무지시 및 결재를 한다.

회의한다며 전국의 영업소장들을 본사로 불러들이는 일도 없다.

올해부터 화상회의를 도입, 매주 2차례씩 열리는 회의를 각 간부의 근무지에서 인터넷 화상을 통해 한다.

석현수 부사장은 "직원들이 숫자 세고, 물건 찾는 시간을 벌면서 어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자주 찾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잠재고객을 개발할 수 있는냐 등을 생각할 수 있는 분석력을 기를 수 있게 됐고 결재를 위한 문서작업을 줄여 본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진도 회사의 모든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바로 그 때의 실시간 정보를 즉시 파악할 수 있게돼 의사결정이 훨씬 빨라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올해도 20%에 가까운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중소기업이 많은 역내 기계·금속 업체들 사이에 디지털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것은 자금업무다.

최근들어 자금에 대해서는 전자결제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GM대우 등 대기업체와 거래관계가 많은 자동차부품업계의 경우, 대다수 업체에서 전자어음 등을 통해 자금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권영진 동원금속공업 과장은 "어음을 받으러, 할인하러 등 은행을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바로 회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엉뚱한 일이 크게 줄었다"며 "전자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자금업무에 관해서는 총괄 책임자 1명이 자금업무를 장악할 수 있게 돼 인력절감효과도 생겼다"고 했다.

더욱이 전자어음은 분할할인이 가능해 기업들의 자금융통도 과거보다 쉬워졌다.

김희진 삼립산업 상무는 "전자거래가 일상회되면서 회계부서를 통하지 않고서도 경영진이 실시간으로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강민봉 평화정공 대리는 "자금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공문, 설계도면 등도 인트라넷을 통해 주고받으면서 업무전반에서 '왔다갔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대구상공회의소 대구경북전자상거래지원센터 관계자는 "미국의 한 업체에서 '당신 회사에서 만드는 물건 100만개를 보내달라'고 주문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역내 업체 대다수가 부품 및 완성품 재고 등을 파악하다 결국 주문을 놓치게 될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당장 지금부터 기업 전반에 디지털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갈길은 멀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부터 두달 동안 대구지역 기계·금속업체 85곳을 대상으로 e비즈니스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e비즈니스가 불필요하다는 대답은 3%에 불과해 e비즈니스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의 e비즈니스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로 자사의 e비즈니스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 기업은 14.1%에 머물렀다.

2002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도입 등 e비즈니스를 위해 투자한 금액 비율이 매출의 0.5%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7.1%를 차지해 기업들 대다수가 여전히 e비즈니스를 위한 투자에 인색했다.

또 EDI(전자자료교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각각 46.4%, 41.7%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EDI와 ERP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더욱이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이나 방화벽을 모두 설치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기업이 54.1%를 차지해 기계·금속업종 기업들 대다수의 보안관리도 취약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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