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법조인 선발과 양성제도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Law School)의 도입이 확정되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2008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내용의 로스쿨 도입안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김영삼정부하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도입을 제안한 이후 10년간에 걸쳐 논란을 벌여온 로스쿨 도입논의가 일단 큰 틀에서 가닥을 잡음으로써 '사법개혁'의 흐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로스쿨은 미국의 법과대학원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 대학에는 학부과정으로서의 법학과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의 학부졸업자를 선발하여 3년간 90학점 내외의 전문적인 실무교육을 한 후 자격시험을 통하여 대부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미국식 로스쿨의 장점은 비법률 전공자들의 다양한 전공지식 위에 법률전문교육을 함으로써 복잡다기한 사회현상과 법적인 문제를 상호관련 하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로스쿨을 도입하여 양성하고자 하는 법조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로스쿨제도에 관하여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 중에서도 로스쿨에서의 법학교육이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기술적이어서 인격과 덕망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대목이다.
비록 로스쿨 도입은 결정되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먼저 사개위 논의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로스쿨의 정원에 대하여 최종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개위에서는 정원에 관하여 구체적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1200명 선이 다수의견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로스쿨의 정원수는 로스쿨 설치대학의 수와 맞물려 있다.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대학 당 150명 정도로 예상할 경우 전국에 설치될 로스쿨은 10개를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로스쿨 설치를 준비해 온 대학은 입학정원수가 지나치게 적다고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한편으로 변호사 업계는 로스쿨 도입을 받아들이면서도 변호사 대량증원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의 정원문제는 이 제도의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학계와 법조계는 로스쿨 설치대학 결정에 있어서의 단견적 이해관계와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 '사법개혁'이라는 대의를 좇아 적정인원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고등법원 관할지방에 최소한 1개 이상의 로스쿨을 설치하도록 하여 법조인 수급에 있어서의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하는 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또 하나 로스쿨 도입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법조인 양성제도에 있어서의 고비용 구조에 집중되어 있다.
내실 있는 법조실무교육을 이루기 위하여는 적정수의 교수를 확보하고 일정비율 이상의 실무경력자를 충원하여야 할 뿐 아니라 법률전문도서관, 모의법정 등 물적 시설도 갖추어야 하기에 로스쿨의 교육원가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립의 경우 연간학비만 미국은 3000만원을 상회하고 일본도 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학부4년간의 등록금까지 계산한다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이 법조인이 되는 길은 그만큼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에 더하여 선발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법조인 양성에 있어 계층적 불균형이 구조화될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비싼 학비에 대한 대안으로 사개위는 장학금제도를 언급하고 있지만 재정확보의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종의 직업교육인 로스쿨에 국가가 무작정 재정지원을 해 줄 수도 없다.
이에 관하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로스쿨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고 교육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는 법조인의 양성과 선발을 기존의 국가주도방식으로 회귀시킨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변호사업무의 공공성에 비추어 음미해 볼만한 내용이 있다고 본다.
로스쿨 도입은 결정되었다.
그 동안 이 제도의 도입에 관하여 호(好), 불호(不好)로 나뉘어 대립이 있었지만 이제는 로스쿨 도입에 따른 세부상항을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모을 시점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그 주체가 되어야 할 학계와 법조계가 몇 년 후 로스쿨 실시에 즈음하여 '기득권의 적절한 타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로스쿨제도, 나아가 사법개혁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송해익· 변호사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