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스런 가을 남자 되볼까

입력 2004-10-12 19:12:29

가을 신사복 "클래식이 좋아"

가을은 남자의 계절.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은 올 가을은 남성들의 주머니 사정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을 새 양복을 마련한 경우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 단벌 신사 신세를 자처하더라도 새 옷을 사자고 거금을 투자하기는 어려운 게 요즘 대다수 직장인들의 처지가 아닐까.

하지만 직장인 최병화(34)씨는 별 고민을 하지 않는다.

동아백화점 본사 CRM(고객관계관리) 프로젝트팀 대리로 일하고 있는 그는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이 즐겁다.

직장에서도 깔끔한 옷차림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는 그는 알고 보니 나름의 코디 노하우가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 정장을 사는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요즘같은 때에는 남자의 경우 셔츠와 타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정장을 입어도 셔츠와 타이가 달라지면 새 옷을 입은 것처럼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옷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가 나름의 코디법을 설파할 수 있게 된 것도 백화점 여성·남성의류 매장 관리자로 7, 8년을 지내면서 자연스레 패션감각을 익힌 때문이다.

"매장 관리자가 지나가면 판매사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데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으면 이미지 관리가 안되잖아요. 똑같은 옷이라도 제대로 다려 입고 구두도 광이 안 나면 구두약을 무쳐 털고 자기관리하는 것이 저절로 훈련이 된 것 같습니다.

"

그는 양복, 셔츠 모두 스트라이프 패턴을 즐겨 입는다.

유행이기도 하지만 세련돼 보이기 때문이다.

"모임에 갈 때는 초라해 보이면 안 되니까 핑크, 보라색 등 화려한 타이를 주로 합니다.

셔츠와 보색으로 반짝이 타이를 매기도 하지요."

그는 대다수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타이가 많기는 해도 실제 매는 건 몇 개밖에 안될 거라고 했다.

"저도 타이가 30, 40개 되지만 즐겨 매는 건 10개가 안 되거든요. 요즘 넥타이도 사선 스트라이프가 유행인데 1, 2년쯤 지나면 유행이 바뀌어 매기가 어려워집니다.

유행은 또 돌아온다고 하지만 타이는 유행과 상관없이 소재가 특이하거나 개성있는 나만의 타이를 선택합니다.

남과 똑같은 건 싫거든요."

그는 스스로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남성이라면 흰색 스트라이프 셔츠가 가장 무난하고 여기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핑크 계열 타이를 맨다면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거라고 귀띔했다.

◇전문가가 권하는 남성 코디법

올 가을 남성 신사복 트렌드는 정통 브리티쉬 스타일의 강세로 표현할 수 있다.

신사복의 형식이 무너지는 등 한동안 지속되었던 캐주얼화의 경향이 다소 주춤하면서 격식있는 클래식 모드가 다시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가디스 이은미 실장은 "기존의 넉넉한 스타일의 신사복과 대비되는 약간 몸에 붙는 스타일의 스트라이프 패턴의 3버튼 혹은 하이-2버튼 수트가 올 가을 대표적인 스타일"이라며 "특히 강하고 화려해진 멀티 스트라이프가 강세로 블루에 가까운 밝은 네이비 색감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색상은 회색과 네이비 색상이 대표적. 이외에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브라운 색상이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신사복의 느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옐로우 그린 등 그린 색상도 한결 깊이있어졌으며 액센트 색상으로 옐로, 오렌지색 등이 두드러지게 사용되며 블루, 깊이감있는 레드 등이 타이와 니트의 색상으로 쓰이면서 겉옷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유행 속에 화려한 넥타이와 다양한 흰색 셔츠로 양복의 V존을 마무리하면 멋스런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클래식 스타일의 영향으로 넥타이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으며, 멀티스트라이프와 사선이 유행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톡톡한 느낌으로 표면감을 주는 무늬가 반복되는 올오버 패턴의 넥타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셔츠는 스트라이프, 체크 등 강한 패턴들이 혼용되어 V존이 더욱 화려해졌다.

예컨대 과거에는 셔츠와 재킷 중 한 쪽이 스트라이프라면 다른 한 쪽은 무지와 코디하는 것이 법칙이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법칙이 깨지면서 스트라이프 셔츠+스트라이프 수트와 같은 코디가 일반화되고 있다.

좀더 멋스런 영국 신사의 분위기를 내려면 타이와 행커칲의 색상을 통일시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울긋불긋 단풍이 유혹하는 계절, 나들이를 나갈 때는 한 벌이 아닌 여러 겹 겹쳐입는 레이어드룩이 제격이다.

낮에는 따뜻하다가도 저녁이면 갑자기 쌀쌀해지는 변덕스런 가을 날씨에도 안성맞춤이다.

나들이 패션에선 기본적으로 활동성과 경쾌한 색상이 중요하다.

움직이기 불편하고 답답해 보이는 정장 재킷이나 와이셔츠, 기지바지는 멀리 하는 게 좋다.

되도록 세련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관건. 최근에는 스포티즘을 반영한 트레디셔널 캐주얼이 인기를 끌고 있어 이러한 아이템과 기본적인 의상을 함께 코디하면 멋스럽고 경쾌한 나들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느낌의 옷을 매치해 정장 분위기의 코듀로이 재킷 안에 니트 후드 카디건을 겹쳐 입는 것도 새로운 코디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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