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사는 박미숙(23·여)씨는 11일 바겐세일 중인 백화점에 들러 가을맞이 새 옷을 한 벌 산 뒤, 집에서 보내주기로 한 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박씨가 이날 금융거래에서 사용한 것은 휴대전화가 전부. 휴대전화의 신용카드 기능을 이용해 옷값을 결제하고, 모바일뱅킹으로 입금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해 9월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이 '뱅크온'을 처음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1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말쯤에는 18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6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대구은행도 현재 1만4천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이체 금액도 올해 2분기 2조1천690억원으로 1분기보다 무려 58.1%나 늘어났다.
SK텔레콤, KTF와 금융기관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각각 'M뱅크'와 'K뱅크'를 잇따라 본격 도입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모바일뱅킹이 전자금융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뱅킹은 신용카드 기능에다 현금 인출은 기본이고, 외화환전과 송금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주식매매도 할 수 있고, 멤버십 카드의 기능까지 겸할 수 있다.
고객들을 매혹시킬 온갖 편리한 부가서비스들이 계속 쏟아질 예정이다.
휴대전화 속에 모든 금융기능이 담기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금융'이 모바일뱅킹으로 완성될 것처럼 느껴진다.
SK텔레콤은 이번 달부터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과 협약을 체결, 휴대전화에 교통카드 기능을 포함한 서비스를 대구권에서 시작했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해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때, 도저히 밝혀낼 수 없었을 것 같았던 피해 승객의 신원이 국민패스카드를 이용함으로써 드러나 신용카드와 결합된 후불제 교통카드가 주목을 받았었다.
신용카드와 교통카드의 결합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유료도로의 요금을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후불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만큼 대구지하철 참사 때처럼 지하철에 탑승한 시간과 내린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사람의 행방을 추적할 수도 있다.
이제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를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가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뱅킹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는 오히려 전통적 금융서비스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섣불리 모바일뱅킹의 전성시대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대구은행 IT기획팀 정영만 부장은 "현재의 모바일뱅킹은 하나의 칩으로 한 금융기관만 이용할 있어 여러 금융기관 이용자에게는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IC칩이나 내장형 금융SW(소프트웨어)로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쓸 수 있도록 표준화 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모바일뱅킹 경쟁은 이 표준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카드의 경우처럼 사업자간의 과당경쟁과 이해관계에 의해 모바일뱅킹의 대중화가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사이버뱅킹이란 말을 유행시킨 것은 인터넷뱅킹.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인터넷뱅킹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인터넷뱅킹이 본격화한 것은 초고속인터넷망이 일반화된 2000년부터다.
2000년 5월8일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대구은행은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걸작을 창조했다.
바로 2001년 8월15일 사이버 독도지점을 인터넷상에 개설한 것이다.
독도가 우리땅임을 멋지게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사이버독도지점은 현재 고객 13만3천여 명에 예금 800억원, 대출 170억원을 자랑하는 중견 점포로 성장했다.
지난 해 9월 개발된 독도사이버캐시는 예금통장으로 이채나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가 없어 인기상품이 됐다.
사무자동화(60년대)와 영업점간 온라인망(70년대) 및 은행공동망(80년대) 구축이 중심이 된 금융정보화는 90년대 이후 폰뱅킹, PC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으로 숨가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 정보화 투자비는 얼마나 될까. 금융기관마다 비밀로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경우 최소 연 1천억원 이상,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의 20~30%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융의 정보화 시점을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잡을 때, 10여 년 간 시중은행들은 최소 1조원 이상, 대구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은 2천억~3천억원 이상 막대한 투자를 한 셈이다.
금융기관 IT 관계자들은 "현재 각 금융기관의 총투자비 중에서 정보화 관련 투자가 전체 예산의 40~50%나 차지하고 있다"면서 "정보화 투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가 또 다른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금융권 내부인사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정보화없이 우리 금융이 선진화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살아남을 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80년대는 은행지점당 20~30명이 근무했습니다.
20여 년간 금융업무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요즘은 10명 안팎이 일하고 있습니다.
금융업무의 80% 이상을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와 폰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해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
농협대구본부 전자금융담당 이명숙 과장은 "정보화의 효과가 가시화 되는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고, 섣부른 정보화 추진이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적절한 시기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IT기획팀 김영만 부장은 "그동안 계량적인 창구업무의 정보화가 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본점업무를 비롯한 질적 업무의 정보화란 어려운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고객의 이용측면에서 볼 때, 모바일뱅킹에 뒤이어 디지털TV의 활성화에 따른 TV뱅킹과 자동차의 텔레매틱스를 활용한 텔레매틱스 뱅킹이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사진설명 : 금융의 정보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사이버은행지점이 생기고, 거리 곳곳에 산재해 있는 편의점에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 휴대전화기가 사실상 거의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뱅킹시대는 이후 TV뱅킹과 텔레매틱스 뱅킹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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