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 학습능력만큼 중요하다"
글씨 쓰기는 국어 교육의 기초·기본 교육이자 모든 학문의 시작이 된다.
하지만 삐뚤삐뚤하게 써 내려간 아이의 공책을 보고도 눈감아 버리는 부모들이 많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쓰다 보면, 그 나이 때 얻을 수 있는 집중력이나 기억력 등을 기를 수 없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글씨체에 문제가 있다면 어릴 때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필체가 고정돼 고치기 어렵다.
오늘 당장 아이의 공책을 펼쳐 보자.
◇글씨 쓰기 싫어하는 아이
글씨를 쓰라면 귀찮게 여기는 아이들이 많다.
컴퓨터로 치면 되는데 왜 손으로 글씨를 쓰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보니 글씨는 대충 대충 쓴다.
연필 쥐는 법은 물론 필순도 엉터리다.
글자의 크기도 제각각이다.
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은 글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부모들은 글자 익히기에만 관심을 두지 글씨 쓰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박선주 성동초 교사(2학년)는 "많은 학생들이 취학 전에 글씨를 배워오지만, 80~90%는 엉터리로 배워와 글씨 쓰기 지도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반 아이들 가운데 4분의 1정도는 필순을 모르거나 헷갈려하며, 연필 쥐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부모가 아이의 악필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이경희 대구시 교육청 초등과장은 "글씨 쓰기 지도는 학교 못지 않게 가정에서의 교육도 중요한데, 많은 부모들이 이를 모르고 있다"며 "몇몇 부모의 경우 아이가 손으로 쓰는 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컴퓨터로 일기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글씨가 나빠진데는 글씨 쓰기의 기회가 준 탓이 크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시간이 늘면서 필기하는 양도 많이 줄었다.
숙제도 꼭 손으로 쓰라고 하지 않는다.
글씨 제대로 쓰기를 크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일교 대구동부교육청 초등과장은 "예전에는 글씨를 쓰지 않으면 학습내용을 기록할 방법이 없었던 만큼 글씨 쓰기가 중요했으나 요즘은 컴퓨터 때문에 필기의 필요성이 적어졌다"며 "쓰기 지도에 대한 인식이 없어진다면 교실에서 글씨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씨가 삐뚤면 성격도 삐뚤어진다
글씨 쓰기는 외형적으로 보기 좋고 나쁜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글씨는 성격이나 정서 등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는 아이의 글씨는 반듯한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는 지나치게 크게 혹은 작게 쓰거나, 일정한 크기로 써 내려가지 못하고 들쭉날쭉하거나, 또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등 대체적으로 글씨가 고르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거꾸로 글씨를 바르게 쓰는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교사는 "글씨를 예쁘게 쓰는 아이의 경우 수업시간에 자신감이 넘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남이 볼까봐 손으로 가리는 등 의기소침할 때가 있다"고 했다.
어릴 때 글씨를 잘 못 쓰면 갈수록 글씨 쓰기를 싫어하게 된다.
때문에 처음 배울 때부터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초등학교 1, 2학년 동안 바른 글씨 쓰기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글씨 쓰는 양이 많아지지만 필체가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고치기가 더욱 어렵다.
◇바르게 쓰면 머리도 좋아진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옛날에는 글씨로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를 평가할 만큼 글씨 쓰기를 중시했다.
선조들은 바른 자세로 앉아 한 획 한 획 글씨를 써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닦았다.
심후섭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는 "선인들은 '약한 힘으로 먹을 갈아 황소같은 힘으로 글씨를 쓴다'고 할 정도로 정성들여 글씨를 썼다"고 말했다.
글씨를 정성스럽게 잘 쓰는 것과 함부로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글씨 쓰기는 학습능력, 신체발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면 미세 신경이 발달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균형감각과 두뇌발달이 이뤄진다는 것.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쓰고, 틀리면 지우고 또 쓰는 과정은 자신의 생각을 매듭짓는 능력과 연결된다.
김부기 대구성동초 교장(한국서예협회 김부기 대구지부장)은 "연필을 쥐고 신경을 써서 글씨를 쓰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은 물론 침착성도 기를 수 있다"며 "정성들여 쓰고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공부한 내용은 절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글씨 쓰기 지도는 가정에서 할 때 효과가 높다.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글씨 쓰기 지도법을 소개한다.
△빠른 시간 내에 고친다.
글씨를 고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확실히 고친다.
발견된 문제점은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준다.
글씨를 바르게 쓰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도록 철저히 주지시킨다.
△부모가 옆에서 지도해 준다.
아이들을 대개 빨리 쓰려고 대충 대충 쓰는 습관이 있다.
부모가 옆에서 지도하며 틀린 부분은 그 자리에서 고쳐준다.
△연필을 똑바로 쥐게 한다.
연필심에서 2~3㎝ 떨어진 곳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중지로 받쳐 준다.
엄지와 검지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 동그라미가 되도록하고 위, 아래로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한다.
연필의 기울기는 60°.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앉았을 때 팔꿈치가 내려오는 것보다 약간 높은 정도가 좋다.
△연필이 좋다.
샤프는 부러지기 쉬워 힘을 줘서 또박또박 쓰기엔 부적당하다고 글씨 획의 강약 조절이 어렵다.
글씨 쓰기는 연필을 깎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조기교육은 좋지 않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손에 힘이 있어야 한다.
손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쓰다보면 글씨체가 엉망이 된다.
만6세 이후가 좋다.
가위질 등 손놀이를 많이 하면 손에 힘이 길러진다.
△반복이 중요하다.
자주 글씨를 써 보게 한다.
동화책이나 노랫말을 옮겨 적도록 하면 지루해 하지 않는다.
쓸 때는 칸이 쳐진 공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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