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멋·앙증맞음 인기 끌어...14일 가을전시회 준비로 기대
"들판에 널린 흔한 들꽃에 불과하지만, 천대받는 풀 한줄기라도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지요."
우리꽃을 사랑하는 칠곡 들풀사랑회 회원들이 가을전시회를 앞두고 작품 손질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회원들의 안식처인 군농업기술센터 비닐하우스 안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들꽃들이 가득하다.
"이건 애기 부처꽃이구요, 그리고 돌단풍, 뻐꾹나리,구름채꽃, 물매화…." 이정임(50) 회장은 한 포기, 한 포기를 들여다보며 정겨운 손길로 쓰다듬는다. 대부분 야산이나 집 앞 들판에서 흔하게 마주치던 잡풀들에 불과해 이름조차 제대로 불려지지 못한 채 잊혀가던 우리꽃들이다.
하지만 화분에 담아 정성스레 가꾸어 놓으면 소박하지만 앙증스럽고 나름대로 귀한 자태가 가슴에 와닿는다. 심지어 개울가와 논두렁에 지천으로 깔려 멋대로 자라던 '여뀌'까지도 소중한 작품으로 충분하다.
들꽃은 소박한 멋 자체가 특징이다. 시중 꽃가게에서 파는 관엽식물들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영양실조라도 걸린 듯 작아서 앙증맞고, 그냥 두면 금새 죽어버릴 것처럼 가련한 모습이다. 실제로 하루라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시들어버린다. 그래서 회원들은 더욱 애착을 가진다.
"난초는 게으른 사람들이 더 잘 키운다고 하지만, 들풀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로 키울 수 없어요." 그래서 회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집안에 가득한 들꽃들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며 얼굴을 대하는 즐거움은 들풀사랑회 회원들만의 특권.
칠곡군 들풀사랑회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왜관읍 농협중앙회 칠곡군지부 2층에서 '우리 꽃 가을전시회'를 갖는다. 전시회를 앞두고 회원들의 손질은 더 분주해졌다. 이 회장은 "전시회를 가지려고하니 가슴이 너무 두근거린다"며, 매일 전시회에 출전할 들풀들을 손수 돌보고 꽃피우기에 열중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물매화, 갯바위솔, 투구꽃, 수련 등 회원들이 애지중지 키워온 40여종의 야생화 100여점과 우리꽃 사진 2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회원들이 직접 자기로 된 야생화 받침대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들풀들을 기르며 틈틈이 생활도자기 만들기에 열중한 덕분이다.
들풀사랑회는 지난 2001년 3월 회원 32명이 모여 시작됐다. 회원들도 들풀들을 닮아 한결같이 소박한 모습. 회원이 된 후 이들은 하찮은 들풀 한포기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회원들은 52명으로 늘어났다. 남자 회원들도 10여명이나 된다. 지난해 전시회는 왜관읍 축협사무실 2층에서 열렸다. 당시 지점장이었던 김영성(현재 구미·칠곡 신평지점장)씨는 회원들의 작품을 보고 들꽃에 매료돼 회원으로 등록, 요즘은 야생화 마니아가 됐다.
대부분 회원들은 집안 가득 야생화들을 가꾸고 있다. 혼자 보기 아까운 것들은 회원들끼리 분양하기도 하고 기르다가 시들기라도 하면 즉시 농업기술센터에 가져와 치료를 받기도 한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들꽃은 처음엔 하찮게 여겨지다가 보면 볼수록 은은한 향기로 다가와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 김영자 부회장은 "전시회에서 만나면 이름조차 모르던 우리 들꽃들의 이름도 알게 되고, 흙과 강산을 사랑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초청장을 대신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설명 : 칠곡 들풀사랑회 회원들이 전시회를 앞두고 우리 들꽃 가꾸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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