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가 "한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묘한 제목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일본열도를 들뜨게 한 TV드라마 '겨울연가'의 스타 배용준의 인기를 소개하고 일본 여성들은 그를 매력적인 왕자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몰두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어 이 같은 문화현상이 한'일간의 관계 회복을 구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불었던 겨울연가 열풍은 이 가을에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후유노 소나타(겨울연가)'를 필두로 한류열풍이 2,3년 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일본 국내의 대중문화 관심이 한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문화산업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한국드라마나 배우들이 소개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우리말 이응(ㅇ) 발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배용준의 용이라는 발음이 어려우므로 '욘'으로 말하고 존칭인 '사마'를 연결해 '욘사마'라 부르고 있다. '욘사마' 효과는 올들어 8월말까지 일본인 '한류관광객' 15만명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며, 약 2천억원 이상의 관광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준의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에 대해 "연말에 나올 캐릭터 상품 사업만도 일본을 중심으로 대략 100억원대 시장을 예상한다"고 배용준 매니지먼트사측은 밝혔다고 한다. 그 밖에 각종 CF를 통해 직접 벌어들이는 엄청난 엔화 등 욘사마의 경제효과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이 같은 인기 여세를 몰아 한류열풍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 2일 이병헌, 최지우가 출연하는 '아름다운 날들'이 일본TV 전파를 탔고 어제부터는 이영애가 열연한 '대장금'이 NHK 위성방송 BS2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장금의 맹세'라는 타이틀로 총 54주 동안 계속될 '대장금은 가장 기대되는 한류 상품이다. 특히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아름다운 날들'은 위성이 아닌 NHK 본방송에서 매주 토요일 밤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이 두 드라마는 '포스트 겨울연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사회 각층에서 '한류 바람'이 불자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한국어 학습 붐이다.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어의 울림이 좋아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일본 여성은 배용준이 드라마 중에 '유진아'라고 말하는 조용한 목소리에 매료됐다고 한다. 한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는 여성 팬들의 요청으로 완전한 한국어판의 재방송이 결정됐다. 오는 12월말경 매일밤 NHK를 통해 일어자막으로 10회 연속 방영할 예정이어서 또 다시 연말 '욘사마'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일본어 더빙이 아닌 한국어로 겨울연가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한다.
이처럼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거대 문화 자본이 기획'조직하는 문화산업 버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발랄한 인터넷의 쌍방향성 문화에 의한 아름다운 관계지향이라는 문화동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해방 이후 50년간 한'일 정부간의 교류를 배용준이 불과 1년여 사이에 넘어섰다는 비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와 분단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역사적 경과를 망각할 수는 없다.
네티즌들의 발랄한 소통, 한류 스타들의 팬클럽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정서적 교감 속에 어떤 기운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래서 국가간의 경계를 타고 넘는 문화적 공감대 속에 새로운 해법이 도출될 그러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박순국 imaeil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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