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묻어나는 도심 오솔길
가을이 오면 같이 걷고픈 사람이 있다.
낙엽지는 길을 걸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겹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공원 벤취에서 간간이 웃으며 속삭일 수 있고 낭만이 있는 카페에서 마주 바라보며 갈색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다.
'(용혜원의 '가을이 오면' 중에서)
이제 가을이다.
아침 저녁 바람이 꽤나 차갑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길은 혼자여서 좋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여서 좋다.
멀리 떠나지 않으면 어떠하랴. 이 가을 왠지 낭만이 묻어나는 '가을 길'을 걸어보자.
■메타세콰이어 오솔길
달서구 파산동에 가면 하늘 높이 솟은 멋진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 오솔길을 만날 수 있다.
굳이 '오솔길'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원래 길이 아니었지만 발길이 이어지면서 언제부턴가 길이 됐기 때문이다.
또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란 사전적 의미에도 딱 맞는 첫 인상을 준다.
지난 1997년 삼성상용차 북쪽 담장을 따라 1km에 걸쳐 두 줄로 심어진 이 곳의 메타세콰이어는 모두 450여 그루. 전북 순창과 담양 사이 24번 국도변의 명물, 메타세콰이어 거리만큼 웅장하진 않아도 섬세한 참빗살 같은 나무터널 아래 서면 가을의 서정(抒情)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주부 김혜정(42)씨는 "30분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출퇴근할 때면 절로 기분이 유쾌해진다"며 "녹지 맨 가장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 동네 주민이라도 아는 사람만 그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나무숲의 향기
메타세콰이어가 주는 이국풍의 낭만이 싫다면 달서구 상인동 월곡 역사공원을 찾아 진한 죽향(竹香)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곳 대숲은 인근 월촌마을이 '충의지향(忠義之鄕)'이라고 불린 데 따라 지난 2001년 2천500여 그루를 심어 조성됐다.
대숲에 들어서면 빽빽한 잎사귀에 가려 대낮인데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죽림욕(竹林浴)을 즐기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와 어린아이를 안고 산책나온 젊은 엄마의 얼굴에선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낙동서원, 덕양재 등 고풍스런 전통가옥과 대숲의 멋들어진 조화에 감탄하다 보면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치열했던 삶의 편린은 어느덧 추억이 된다.
주민 신미라(29·여)씨는 "대숲 사이 황톳길을 걸으면 심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며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번씩 산책 나오지만 싫증나지 않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사진: 달서구 파산동의 메타세콰이어 오솔길이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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