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성매매, 원룸이 룸살롱 '둔갑'

입력 2004-10-08 12:00:30

노래방 '껌장사' 등장

성매매 특별법이 '밤문화'를 급속히 바꾸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집창촌과 유흥주점은 물론 주변의 식당가와 여관 등 관련 업소들까지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도심의 밤'이 조용해진 것.

그러나 일부 업소는 단속을 피해 주택가로 파고 들고, 점조직 형태의 교묘한 윤락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교묘해진 퇴폐, 윤락

직장인 박모(40)씨는 최근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평소에 알던 술집 업주의 전화를 받고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원룸을 개조한 '비밀 룸'에서 술을 마신 것. 그는 "한 동의 원룸을 모두 임대받아 술집을 차렸는데 '2차'가 가능한 방도 물론 있었다"고 했다.

이는 특별법 이후 나타난 신풍속도 중 하나.

한 룸살롱 업주는 "원룸이나 빌라를 세내 비밀 영업하는 것은 물론 술집안에서 '2차'가 가능한 업소도 생겨났다"며 "이런 업소들이 수성구에만 7, 8개는 될 것"이라고 했다.

노래방에는 느닷없이 '껌장사'가 등장했다.

윤락을 알선하는 업주들이 껌 포장지 안에 윤락이 가능한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적은 뒤 원하는 손님들에게 '껌을 판매한다'며 1만원씩 받고 건네주는데 '껌판다'는 은어는 이제 유행어가 됐다.

성인 채팅사이트를 통한 윤락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 밤 10시에 접속한 한 채팅사이트. 실시간 접속자만 7만여명에 이르는 이 사이트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접속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20대 여성의 이름으로 들어간 이 사이트에서 취재진은 이날 밤에만 대구의 남성 70여명에게서 '은밀한 유혹'을 하는 쪽지를 받았다.

채팅을 통해 만난 한 30대 남성은 "10-15만원을 주면 쉽게 2차 대상자를 구할 수 있다"며 "전문적으로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손님 끊긴 관련 업소들

6일 밤 9시 대구 수성구 황금·두산동 일대.

대구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이 곳은 대구여성회와 성폭력 피해상담소 등에서 나온 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길목을 지키며 '성매매는 범죄' 등의 피켓을 들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을뿐 썰렁했다.

업소 앞에서 켐페인을 벌인다며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유흥주점 업주는 "굳이 이런 캠페인을 하지않아도 술집 대부분이 올해를 넘기지못하고 문 닫을 형편"이라고 했다.

인근의 룸살롱 업주도 "주변 업소 중 80% 이상이 매물로 나았고, 2, 3억원이나 하던 권리금이 수천만원으로 떨어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여관촌도 손님이 사라지기는 마찬가지로 두산동 일대에 밀집한 숙박업소 42곳 중 6곳이 이미 경매에 넘겨졌으며 나머지 업소들도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 또 달서구 본리동 지역의 숙박업소들도 60곳 중 30곳이 개점 휴업 상태인 형편이다.

조건수(59) 두산동 숙박업협회 번영회장은 "특별법 시행 이후 매출이 80%나 감소했다"며 "세무서에서조차 소득세를 30% 낮춰주기로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권성훈 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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