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방언연구 몰두 이상규 경북대 교수
"화장실은 '통시', 뱀은 '배암', 털은 '터럭', 회충은 '거시'라 했습니다.
이런 말들은 18세기 경상도 사람들이 사용했던 순수 우리말들입니다.
"
경상도 방언(方言) 연구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는 이상규(李相揆.50) 교수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점차 사라지는 방언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교수는 최근 어렵게 구한, 1700년대 경상도 방언을 수집한 고서(古書) '필사본 유합(筆寫本 類合)'을 살펴보며 연구논문을 내기 위해 1천500자에 이르는 단어들의 어원과 그 뜻을 되새기면서 방언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우리말 특히 지역색이 살아있는 사투리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더운밥'과 '뜨신밥' 중 어떤 말이 맞는지 물으면서 방언의 보호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표준어는 '더운밥'으로 나오지만 반대말이 '추운밥'이 아닌 '찬밥'인 것을 생각해 보면 경상도 방언인 '뜨신밥'이 더 정확한 어휘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상도 사람들만이 '경'을 '갱' 또는 '겡'으로 발음하는 이유를 분석해 줬다.
18세기쯤 이 지역 사람들은 '병'을 '벵', '해변'을 '해볜'으로 읽었던 것.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제'를 '겡제' 또는 '갱제'라 발음한 것도 이런 지역방언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말 방언사전 '경북도편'을 집필하는데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이 교수는 "서울말 역시 국민 다수가 쓰는 하나의 방언이며 지역 사투리 역시 '언어인권'이란 측면에서 보존하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민족문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표준어를 지키기 위한 논리에 갇혀 사투리를 표준어의 들러리나 박물관의 전시물로 보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뽑는 일종의 만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20여년 이상 지역방언을 연구한 이 교수는 왜곡되고 있는 고운 우리말과 사라지고 있는 토속 사투리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60, 70대 노인들이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경상도 방언들이 자취를 감추고 나면 지역에서 수백년 간 살았던 조상들의 혼까지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방언에 대한 요즘 세태의 무관심을 아쉬워했다.
통일 이후의 남북언어 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인 이 교수는 경북 영천 출생으로 1972년 경북대 국문과에 입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울산대를 거쳐 현재 경북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