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영화제 개막작 왕자웨이 감독

입력 2004-10-08 08:06:56

"'2046'은 사랑의 정의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2046'의 왕자웨이(王家衛.46) 감독이 7일 오후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1980년대 후반 '열혈남아', '아비정전'으로 처음 주목 받은 왕자웨이 감독은 이후 '타락천사', '중경삼림', '동사서독' 등을 내놓으며 '최고 스타일리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오고 있다.

그가 부산 영화제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그동안 영화 홍보 등을 위해 수차례 한국을 찾은 바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00년 제5회 부산영화제에서 전작 '화양연화'를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 "내 영화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돼 기쁘다 "고 짧게 말했으며, 부산영화제에 대해서는 "(나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영화제"라며 "나날이 발전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매김해가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치켜세웠다.

--부산영화제를 위해 재편집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칸에 보냈을 때 '러시 필름' 상태였다. 컴퓨터 그래픽 부분도 완성된 상태가 안 됐을 정도였다. 칸영화제에 다녀온 뒤 다시 믹싱 작업해 음악과 사운드를 향상시켰으며 컴퓨터 그래픽도 완성을 했다. 부산(영화제)이 내 영화에 대해 지지해주고 우호적이니 칸영화제 이후 첫 스크리닝 장소를 부산으로 선택했다.

--개막작 예매 시작 이후 약 5분 만에 매진됐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화 자체 때문일까, 유명한 배우 때문일까?

▲처음 이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물론 배우들도 훌륭하지만 관객들의 열정이 뜨겁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이는 부산 영화제의 좋은 전통이다. 처음 부산을 찾았을 때부터 전국 각지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모여드는 모습이 좋았다.

--'2046'에서 전작들에 이어 다시 과거로 눈길을 돌렸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영화가 과거 추억을 더듬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과거와 현재는 항상 연결돼 있다. 예전에 봤던 기억을 상기하는 느낌을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영화속에 표현하고 싶어한다.

차우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항상 과거에 억메이고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과거 혹은 미래에만 정신을 쏟고 있으면 현재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당신은 '로맨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우선, (나는)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 사랑이란 것은 정의하기 정말 힘든 것이다. '2046'의 경우 처음에는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제작이 진행되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더라. 결국 '2046'은 사랑의 정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내 영화나 지금의 나나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당신 영화의 스타일이 한국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친 부분이 적지 않다.

▲모든 감독들은 서로 언제나 영향을 주고 있고 나도 그렇다. 내 영향을 받은 감독이 한국에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젊은 한국감독들은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한국 감독들이 국제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

--일본 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출연시킨 계기는?

▲제작진 중 한 사람이 기무라 다쿠야의 팬이었고 자신이 봤던 기무라의 출연작들은 내게 안겨주면서 적극 추천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매력있는 배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홍콩과 일본이 서로 다른 제작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

기무라 다쿠야는 배우로서 다재다능하다.춤, 노래, 권투, 연기 모두 잘하는 데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놓을 줄 아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기무라 다쿠야를 추천한 스태프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빠져있기 때문에 다음 영화는 그녀에게서 추천을 받고 장동건을 캐스팅할지도 모르겠다.(연합뉴스)

사진설명 :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의 왕자웨이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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