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수수께끼' 푸는 재미에 푹~
역사추리 소설들이 출판가를 평정하고 있다.
몇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다 빈치 코드' 는 우리나라 등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돼 1천만 부 이상 팔렸다.
뒤를 이어 '단테클럽' '4의 규칙' '천사와 악마' '임프리마투르' '곤두박질' 등 역사추리 소설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식 소설 또는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팩션(faction) 등으로 불리는 역사추리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 역사추리 소설 돌풍
지난 해 3월 처음 선보인 '다 빈치 코드'는 '어른들을 위한 해리 포터'란 평가를 받으며 작가 댄 브라운을 일약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 속에 숨겨 놓은 암호를 하버드대의 로버트 랭던 교수가 푸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세계적으로 역사추리 소설 붐의 기폭제가 됐다.
'다 빈치 코드'의 인기에 힘입어 전편이랄 수 있는 브라운의 다른 소설 '천사와 악마'가 뒤늦게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최근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댄 브라운 소설들의 매력은 과학과 문화·예술·종교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엮어가는 사건과 이야기들에 있다.
중세 이래의 기독교 비밀조직과 반기독교 세력, 현대의 권력자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음모론과 전문 지식을 솜씨 좋게 버무려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 같은 소재는 움베르토 에코가 '푸코의 진자' '장미의 이름'에서 다뤘지만 댄 브라운의 소설은 좀더 대중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다 빈치 코드'는 국내에서 이미 50만부가 팔린 가운데 '다 빈치 코드의 진실'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등의 해설서들도 잇따라 번역,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 대학생 두 명이 15세기 희귀본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둘러싼 살인사건에 휘말려드는 '4의 규칙', 17세기 이탈리아 한 여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통해 당시 유럽의 정치, 종교, 물질에 대한 탐욕과 예술 등을 방대하게 풀어놓은 '임프리마투르', 16세기 프랑드르 최고의 화가 브뢰겔과 그의 그림이라는 방대한 사실과 지식인의 탐욕, 허영과 심리라는 허구를 결합한 '곤두박질' 등이 연이어 나왔다.
이에 앞서 19세기 미국 하버드 대학을 중심으로 시인 워즈워스, 롱펠로 등 실존 인물들이 단테클럽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추적한 '단테클럽'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 충족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재테크 서적이나 경제·경영서적이 주춤해진 반면 역사추리 소설이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출판계는 팍팍한 현실을 잊고 책읽는 재미에 빠져들고 싶어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나열식 단순정보보다 새로운 상상력과 인문적 지식을 동반한 책을 찾는 독자들의 성향도 역사추리 소설의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역사추리 소설이 위축된 국내 소설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출판계는 기대하고 있다.
비록 '다 빈치 코드'의 인기에 기대있기는 하지만 역사추리 소설 열기가 시대의 변화, 소설과 읽을거리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변화에 대응해 나온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라는 것. 출판 관계자들은 "역사추리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적 결과물"이라며 "인터넷 등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에 독자들은 더 이상 객관적인 정보에 만족하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주관적이고, 새로운 정보를 읽기 원하는데 역사추리는 바로 이 같은 지점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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