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실버타운' 경매, 노인 63명 쫓겨날판

입력 2004-10-07 12:11:06

"11일부터 전기공급 중단"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가야산자락(해발 700여m)에 위치한 유료 양로시설 해인사 실버타운(이사장 송선개·법명 덕운)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경매처분 위기에 놓여 45가구 63명의 입주 노인들이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가 됐다.

창원지법 거창지원에 따르면 해인사 실버타운의 채권자 김모(58)씨와 근저당권자인 (주)선재가 법원으로부터 최근 잇따라 임의경매 개시 결정을 받아 33억8천여만원의 감정가로 오는 20일 1차 경매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해인사 실버타운의 토지·건물에는 현재 (주)선재가 채권최고액 31억원, 김씨가 4억원, 합계 35억원의 1, 2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다.

반면 해인사 실버타운 입주자들은 40여명만이 6천만~7천만원씩의 입주보증금 중 절반의 금액으로 후순위 전세권을 설정해 둔 상태다. 따라서 경매에서 낙찰 처분될 경우 입주자들은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거창지원 관계자는 "경매신청자의 채권액수가 많고, 이 보다 선순위인 직원 14명의 임금 및 퇴직금도 7천800여만원에 달해 입주노인들에 돌아갈 배당금은 거의 없다"고 했다.

더욱이 해인사 실버타운이 인근 주유소에 1억2천여만원의 기름값을 지불하지 않아 입주 노인들은 지난 6월부터 난방용 기름을 공급받지 못해 전기장판으로 견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전력도 장기체납된 전기료 85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부터 전기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입주 노인들은 다가올 추위에 전기장판조차 사용하지 못할 처지다.

한전 합천지점 관계자는 "실버타운이 지난 2002년 말부터 계속 전기료를 연체하고 있는데다 경매처분될 경우 더 이상 단전조치를 미룰 수 없다"며 "지난 5일 실버타운을 방문해 단전 통보를 하고 가구별로 손전등도 나눠줬다"고 했다.

해인사 실버타운은 지난 1996년 설립됐으며 경영난 등으로 여러 차례 이사장이 바뀌었다. 해인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나 이사장 덕운스님이 해인사 종무소 총무국장을 역임했고, '해인사 실버타운'이라는 명칭 때문에 해인사측이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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