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사람은 많지만 왜 그리냐고 막상 묻는다면 얼른 답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화가란 누구든지 좋은 그림 그리려고 애쓰는 것은 하나같이 똑같을 것이리라. 그래서 어떻게 그려야 좋은 그림이냐 하는 것이 항상 숙제인 것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간에 어떻게 그릴까, 어떻게 그렸느냐 하는 것, 그것이 한가지로 관심사이다.
당신은 왜 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얼른 답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림은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답하기가 어려운데 내 뜻으로 선택된 삶이 아닌 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화가의 목표는 좋은 그림 그리는 데 있다.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좋은 사람되는 것. 좋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그려야 좋은 그림이며,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 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될 것이다.
그것이 해결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가 없어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되겠지 하고 하루를 살고 있다.
내가 쉰살 때 '그 모든 것은 모르는 것이다!'하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한 찰나에 생긴 일이었다.
그때 기뻤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흥분이 된다.
모른다는 것을 알고나서 왜 그렇게도 기뻤는지 나는 아직도 그 연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 뒤 20년 세월을 더 보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인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알려고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우리들의 이 삶에 대해서 또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공자는 말하기를 "바탕이 깨끗해진 연후에야 그림이 될 수 있다(繪事後素)"고 하였고, 예수는 말하기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볼 수 있다" 하였고, 피카소는 "어린이처럼 그릴 수 있기까지 50년이 걸렸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엮어보면 깨끗한 것에 근본이 있다는 말 같다.
그렇다면 깨끗한 것이란 또 무엇인가.
세상이 자꾸만 혼탁해지고 있다.
과학이 발달해서 살기가 편해졌고 먹을 것과 입을 것도 풍족해졌는데 왜 세상은 좋아지지를 않는가. 교육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여러 분야에 훌륭한 학자들이 부지기수로 많고 종교가 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왜 세상은 보다 좋아지질 않고 오히려 각박해지는가.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땅이 오염되고 있다.
수돗물을 먹지 않은 지가 오래 전의 일이다.
세계를 여행해 보면 어디를 가나 물을 사 먹어야 한다.
바다가 오염됐다고 야단들이고 길을 만드느라 산을 잘라서 짐승들의 통로가 막힌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평화를 외치고 한편에서는 전쟁이 끊이지를 않는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서 걱정이고 한쪽에서는 굶어죽는 아이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전에 없던 큰 물난리가 생기고 춥고 덥고 하는 것이 균형을 잃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몇 번째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나 낳기, 둘 낳기 하던 게 얼마 전의 일인데 요즘은 또 많이 낳는 게 미덕이라고들 법석이다.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그림은 왜 그리며 어떻게 그려야 하며 누구를 위해서 그리는가 하고 되새기게 된다.
어려서부터 만날 같이 생각해온 것이건만 참으로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예술이란 세상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성현들의 말씀처럼 예술을 방편삼아 깨끗한 것을 찾고 싶은 것이다.
깨끗한 것은 세상을 밝힌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오늘의 세상은 치유받는 차원이 닫혀 있다.
그러나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 역시 커 간다.
어두운 밤일수록 작은 빛도 크게 빛난다.
아름다움이란 우리들의 삶 속에서 빛과 같은 존재이다.
빛은 성(聖)스러운 곳의 표징이라고 한다.
음악과 그림과 시(詩)는 그곳과 연결되어 있는 매체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옛날 무덥던 여름밤 모래 위에 누워서 별을 헤던 어린 날이 그립다.
밤이 끝나는 지점에 새벽이 있으리니….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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