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한국인의 재능

입력 2004-10-07 08:54:23

필자는 음악회에 참석할 때마다 한민족은 유대인과 더불어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음악 재능을 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은 아마 오랜 세월에 걸쳐서 타 민족으로부터 받은 혹독한 시련과 이산의 고통에서 생긴 슬픔과 비애의 감정이 음악을 통하여 표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음악 분야 중에서도 인간의 영혼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현악과 성악 분야에서 뛰어난 한국인 연주자들이 많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뛰어난 기교 위에 정열적이고 로맨틱한 선율미로 후기 낭만파와 현대 음악에 정통해 현재 세계 정상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신동에서 성숙한 연주가로 변신하고 있는 장영주, 단정한 연주 스타일과 뛰어난 곡 해석으로 유명한 알리사 박, 호쾌한 연주로 청중을 매혹시키는 제니퍼 고, 차세대의 대가로 기대되는 이유라 등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줄을 잇고 있다.

첼로 분야에서도 열정적인 연주의 조영창과 최근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장한나는 한민족의 우수한 음악적 재능을 뽐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악 분야에서는 카라얀에게 인정받은 콜루라투르 소프라노 조수미, 매혹적인 은빛 목소리의 신영옥, 메트로폴리탄 주역 가수인 홍혜경이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 폭 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출신 연주자는 일반적으로 강한 개성으로 인해 독주자로서는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으나 실내악이나 교향악단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율미를 살리는데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화성이나 음악적 구성 면에서는 약한 면도 보인다.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낭만주의 음악에서는 뛰어나지만 바흐, 브람스 같은 작곡가의 작품에서 이지적이고 내성적인 표현은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김일봉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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