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배우 재닛 리가 4일 7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그녀는 재닛 리 보다 영화 '사이코'(1960년)의 샤워장면에서 피살되던 여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배우다.
이 영화 덕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고, 많은 팬들이 샤워할 때마다 재닛 리의 끔찍한 최후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한 '사이코'의 샤워장면은 많은 화제를 낳은 명장면이다.
샤워 물줄기와 내리치는 칼날, 재닛 리의 비명과 '끼익~'거리는 음향효과를 절묘하게 배치한 편집은 일품이었다.
흑백영화이면서도 선연한 피가 낭자한 연상을 가지게 했다.
물줄기가 마치 칼날처럼 몸을 찌르는 듯해 개봉 당시 많은 여자들이 '샤워 공포증'에 빠지기도 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금발 여배우를 끔찍한 상황에 놓고 즐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금발여인에 대한 새디스트적 강박관념에 빠졌다는 비판도 일었다.
특히 '사이코'는 주연급의 금발여배우 재닛 리를 초반에 '죽여 버리는' 특이한 영화였다.
그래서 미국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투데이'는 '할리우드 사건사고 101'에 올려놓았다.
'여배우가 초반에 죽는다'는 소문이 나지 않도록 스태프진에게 함구하는 '깜짝 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하나 진기록은 영화를 찍기 위해 가장 오래 샤워한 여배우였다는 것이다.
45초에 불과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재닛 리는 무려 7일간 70여 차례나 샤워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한동안 샤워를 하지 못했다고 1995년 자서전에 적기도 했다.
특히 1960년대라면 여배우의 노출이 엄격했던 때다.
완전나신으로 영화에 촬영한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이코'를 보면 재닛 리는 완전 나신으로 샤워를 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DVD 타이틀을 정지버튼에 놓고 한 컷 한 컷 살펴봤는데도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결국 몸에 붙는 살색 무명옷을 입었다고 밝혀 무마됐다.
재닛 리는 '사이코'의 강렬함 때문에 1962년 존 프랑켄하이머의 '만추리안 캔디데이트', 존 카펜터 감독의 '안개'(1980년), 1998년 '할로윈 H20' 등 공포 스릴러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1998년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사이코'를 컬러로 리메이크해 재닛 리 역에 앤 헤이시를 기용했으나,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 재닛 리의 악녀적인 이미지를 살리지는 못했다.
지난 7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가슴을 파고든 말론 브랜도가 사망한 이래 영화사 명장면의 배우가 또 하나 갔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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