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이완섭씨...대구兄 81세 용섭씨 환호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도 분간이 안됩니다. 하루라도 빨리 동생을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인민군에 잡혀 끌려갔던 국군포로 이완섭(72)씨의 형 용섭(81·대구 달서구 대천동)씨는 동생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53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게 된 동생 이씨는 지난 8월 24일 북한 탈출을 시도, 지난달 1일 두만강 국경을 넘어 현재 중국 내 한국공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서구 대천동(당시 경북 달성군)이 고향인 이씨는 대건중학교에 재학중이던 50년 9월 피란길에 학도병으로 징집된 뒤 국군 제2사단에 배치됐다가 강원도 백석산 전투중 포로가 됐다. 이씨는 북한에서 20여년간 황해북도 만연광산에서 광산노동자로 일했으며 최근에는 황해북도 사리원시 문예회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북한에 아내와 자녀가 있지만 "죽기 전에 고향에 돌아가서 53년 전 생이별했던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며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중국에 두 달 남짓 체류하면서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의 도움을 받았으며 형 용섭씨, 수원에 사는 누나 근순(74)씨와 국제전화로나마 1차 재회를 했다. 2남2녀 중 막내인 이씨의 작은 누나 귀순씨와 부모님은 이미 사망했다.
용섭씨는 "전쟁때 가족 모두가 달성군 가창면쪽으로 피란갔다가 동생이 입대하게 됐다"며 "숨진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막내아들을 그리워하며 눈을 감지 못하셨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용섭씨의 부인 표후생(78)씨는 "시집와서 직접 밥을 해먹여서 학교에 보냈던 시동생이 살아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며 "죽은 줄 알고 음력 9월 9일에 제사를 지내왔는데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챙겨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귀국을 돕고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지난달 말 중국에서 이씨를 만났는데 고령인 데다 탈출 과정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기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는 없었다"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족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현재 북한에 국군포로가 538명 생존해 있으며 지금까지 41명이 북한을 탈출해 귀환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한국에 오게 되면 6·25전쟁 국군포로 중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지난 94년 조창호 중위 이후 42명으로 늘어나며, 대구에는 지난해 귀환환 전용일씨가 달서구에 거주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사진 : 53년만에 동생 이완섭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대구 달서구 월성동 자택에서 이용섭,표후생 부부가 사진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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