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도로 연말 개통 앞두고 '기대반 우려반'
과연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영천 시민들이 올 연말 시가지를 우회하는 3개 주도로 개통을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묘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와 영천시 금호읍 교대리~고경면 상덕리를 잇는 22.8㎞의 국도대체 우회도로 및 금호읍 원제리~북안면 임포리를 거쳐 경주로 연결되는 국도 4호선 등 3개 도로가 오는 12월 일제히 개통되면 영천시내를 거치지 않고 대구, 포항, 경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영천이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거듭나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르는' 외지인들마저 줄어 지역세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하고 있는 것.
영천시와 상공계는 우수한 교통요건을 앞세워 기업과 외지인구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하면서 영천 전역이 연말을 앞두고 형언하기 힘든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개통예정인 도로들
지난 1998년 시작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도로는 대구를 거쳐 영천시 청통면과 화남면, 포항시 기계면을 거쳐 포항시내로 연결된다.
포항이나 경주를 목적지로 할 경우 기존의 영천IC에서 빠져 영천시내로 가는 국도구간을 거치지 않게 돼 대구~포항간을 기준으로 1시간 20분 거리가 40분 거리로 단축된다.
대구에서 포항가는 길에 사실상 영천구간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금호읍에서 고경으로 가는 국도대체 우회도로 역시 기존 시가지를 완전 우회함으로써 운행시간 단축 및 시내구간의 교통체증과 교통사고 우려를 덜어주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 전북 군산에서 경주에 이르는 국도 4호선의 영천 구간 확장·포장도 마무리 단계다.
경주구간은 군데군데 임시개통도 된 상태. 이 도로도 금호읍에서 북안면까지 곧바로 연결되면서 영천 시내구간은 생략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단순하게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영천 시내구간은 바둑의 단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립되는 형국이다.
△개통 이후의 우려
영천 시민들이 새 길 개통을 반기면서도 표정이 그다지 밝지않은 것은, 기존 과객(過客)들에 의해 창출되던 식당 등 시내 상가와 과일재배농들의 매출감소, 이에 따른 지역 경제력 위축우려 때문이다.
농촌지역인 영천 시내 소득원의 상당 부분은 28번 국도를 거쳐 대구나 포항, 경주 방면으로 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창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속도로와 시내구간을 우회하는 도로가 개통되면 기존 시가지는 외지인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교통섬(traffic island·안전지대)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는 것.
전문가들은 "동해안 7번 국도의 확장 직선화로 영덕읍과 울진읍의 시내구간이 쇠락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을 영천시내도 겪게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외지인 유인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영천의 대안
3개 주도로의 개통을 앞두고 영천의 행정 및 교통 전문가들은 당장의 경제적 손익만 따진다면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영천이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 대안이 이처럼 우수한 도로망을 이용한 신사업을 펼치는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나오는 것이 '물류도시 영천'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의 종점이 포항이라는 점에 착안해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 때문에 포항에 자리잡지 못하는 철강 및 식품관련 중소기업을 영천으로 유치한다는 것. 이를 위해 대규모 야드와 물류창고를 건설해 업체들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천시는 이미 지난 7월 토지공사와 협약을 체결, 부지는 토지공사가 조성하고 영천시는 행정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기업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대학유치도 영천의 핵심전략 중 하나다.
영천시는 교통여건의 우수성을 무기로 경북대 등 기존 지역대학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서울의 유명 사립대 지방캠퍼스 유치도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보고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대학생 5천~1만명만 유치한다면 웬만한 신도시 건설과 맞먹을 정도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영천에서는 이 밖에도 한방관련 산업 및 골프 등 레저산업도 타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관련업계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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