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인터넷의 그늘

입력 2004-10-01 17:01:06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이 패러디된 말은 우리 삶에 인터넷이 차지하는 무게와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실제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떠나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던져져 있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접속하면서 살아간다.

클릭 한 번으로 무한대로 펼쳐진 '정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헤엄치며 '맞춤 정보'를 사냥할 수도 있다.

▲인터넷의 탄생은 디지털 혁명의 가장 큰 공헌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에는 학자들이 외국 연구논문을 구하기 위해 복사 신청을 한 뒤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의 정보도 순식간에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역기능도 너무나 크다.

학생들 사이에는 베끼기로 학업 능력을 떨어뜨리는 폐해도 심각한 형편이다.

▲고려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리포트 베끼기'에 매를 들고 나섰다.

이미 '표절 검색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교내 전산망을 통해 가동할 예정이며, 학칙도 개정해 처벌 규정을 신설할 움직임이다.

일단 통계적 유사성을 검색한 뒤,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람이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진다.

▲리포트 감시 프로그램이 미국에서는 벌써 보편화돼 있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아예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어 활용하고 있기도 한 모양이다.

고려대가 이 프로그램 개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는지는 미지수라고 하더라도,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무튼 인터넷의 발달로 대학가에서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이 같은 폐단은 학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인터넷이 안겨주는 부작용이 엄청나다.

얼마 전, KT인터넷망에서 유통되는 메일 중 84%가 스팸 메일이라고 밝혀졌을 정도로 정보의 바다에는 쓰레기들이 넘쳐난다.

청소년 10명 중 2명은 게임에, 10명 중 1명은 음란물에 중독됐다니 큰 문제다.

어쩌면 대학가의 리포트 베끼기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이라는 유리창의 이물질과 폐해 제거는 우리 사회의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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