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소액소송' 급증

입력 2004-10-01 11:51:11

대구·경북지역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작은 빚도 갚을 형편이 못되는 경우가 늘자 소송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특히 2천만원 이하를 다투는 민사 소액사건과 가압류 가처분 등 신청·독촉사건이 급증, 서민경제의 신용경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지법이 국회에 제출한 민사사건 현황에 따르면 대구지법과 안동, 포항, 김천 등 7개 지원에 접수된 소액사건의 경우 지난해 8월~올7월 사이 9만3천여건이 접수돼 이전 1년간의 6만8천여건에 비해 37.1%나 폭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한해동안 소액사건 8만여건과 2002년의 5만8천여건은 물론 IMF 직후인 1999년 5만4천여건을 크게 앞질러 'IMF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서민들의 푸념이 괜한 엄살이 아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천만~1억원을 다투는 단독사건도 2003년 2만여건으로 1999년 1만5천여건에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서민간의 소액 채권 채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발생하는 민사 신청·독촉 사건은 1999년 이후 2001년까지 줄어들다가 2002년부터 급증해 IMF 이후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가압류.가처분 등 신청사건은 지난해 16만4천여건으로 2002년 11만여건, 1999년 11만7천여건보다 25% 이상 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급명령 등 독촉사건도 지난해 15만여건으로 2002년 8만8천여건, 1999년 7만여건의 2배 수준이다.

다만 신청·독촉 사건이 올들어서 증가추세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1억원 이상을 다투는 합의사건은 1999년 2천300여건에서 2003년 1천700여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기업간 상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대구·경북지역은 형사사건의 경우 지난 1999년 이후 비슷한 사건수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서민들이 돈 다툼으로 법원을 자주 찾는 바람에 생계형 민사사건이 급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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