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인상 편승 의혹.

입력 2004-10-01 09:01:18

지난달부터 우유 제조업체에서 출고가격을 인상하자 판매가격은 출고가격보다 더 높게 올려 우유업계가 이 기회를 편승해 우유값 인상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가격을 인상한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매일, 남양, 해태, 롯데 등 대부분 우유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가공 전 우유(원유)가격 인상을 이유로 출고가격을 13%내외로 올렸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우유는 제품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30%까지 올려 출고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우유의 경우 대체재(代替財)마저 없어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큰 편.

김은숙(34·동구 신암3동)씨는 "매일 받아먹는 작은 팩 우유 하나에 100원이나 올라 부담이 된다"면서 "가격인상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체감 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내 한 할인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서울우유 1ℓ의 경우 1천240원에서 1천650원으로 410원이 올라 33% 인상률을 보였다.

다른 업체의 제품도 평균 20% 정도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원유가격 인상폭보다 소비자가 상승폭이 훨씬 더 크다.

또 우유업계에서는 제품별로 가격 인상률을 달리 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크게 느끼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주력 품목의 경우 가격 인상폭을 줄이고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크게 올려 소비자들이 가격인상을 크게 눈치채지 못하게 한 것.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매일ESL우유 500㎖의 경우 750원에서 850원으로 100원을 올려 13% 인상한데 반해 같은 제품인데도 1ℓ짜리는 1천350원에서 1천700원으로 올려 25%가 올랐고, 매일우유 2.3ℓ의 경우 32%를 인상하는 등 제품마다 가격 인상률을 달리했다.

이처럼 용량별로 가격을 달리하면서 예전에 용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쌌던 대용량 우유의 장점이 사라지게 됐다.

매일우유ESL의 경우 예전에는 1ℓ짜리가 500㎖짜리에 비해 150원 유리했지만 지금은 용량대비 가격이 동일해진 것.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난 7년 동안 원유값이 묶이면서 우유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며 "그 동안 비용 상승 요인이던 판매원 인건비, 유통이익, 마케팅 비용 등이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가격이 갑자기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서울우유 매출액은 9천164억원으로 2002년 8천860억원에 비해 3%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8억2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6천792억원이고, 당기 순이익은 15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할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유 가격 인상이 추석 연휴 등으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경기 침체와 더불어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가격인상으로 매출이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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