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에도 수위가 있다. 질펀한 육체의 향연에 흥건한 체액이라야 만족할 지는 모르겠지만, 에로틱이란 것은 매끈한 여인의 발목 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는 소프트하고 예민한 것이다.
간혹 '노출=에로틱'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녀의 정부' 같은 작품을 예로 들자. 여기서 여주인공 헬렌 미렌은 올누드다. 그러나 감독은 썩은 고기가 가득한 푸줏간에 그녀를 세워놓아 에로틱이 스며들 여지를 없애 버린다. 남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그의 성기는 요리상에 올라온 엽기음식같은 것이다.
'칼리큘라'의 경우도 온갖 미녀와 미남들이 성기를 노출시킨채 단체로 스크린에 등장하지만, 관객은 엽기적 색채에 눌려 벗은 몸매를 감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할 듯 말 듯, 보일 듯 말듯, 입은 듯 벗은 것이 에로틱의 미덕. 최근 영화에서 감질나는 섹스신을 보여주는 스릴러 2편이 있다. '테이킹 라이브즈'의 안젤리나 졸리. 'FBI가 되기엔 너무 섹시한 당신'이다. 총구보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과 두툼한 입술이 먼저 보이니, 같은 값이면 저런 요원에게 태클이라도 당해봤으면 하지 않을까. 그렇다. 실제 영화에서도 그녀는 '몸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총을 버리고 5분여 섹스신을 보여준다. 에단 호크의 매력에 몸이 단 그녀는 사건 해결후 화끈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서서 애무하던 그녀는 탁자에 드러 누워 '눕히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광고카피의 자세로 들어간다. 두툼한 입술은 단내를 쏟아내고, 미끈한 다리는 '조임'의 힘으로 빳빳해진다. 천정에 붙어있는 끔찍한 시체사진을 보면서도 조금의 동요도 없이 육체의 향연에 빠져든다.
미녀를 FBI요원으로 출연시키는 것은 에로틱의 '티저'(맛배기)다. 관객은 은연중에 여주인공의 벗은 몸을 보고 싶어한다. 사실 수사관의 복장은 거추장스런 것이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일촉즉발의 위기에서도 어떤 방해도 없이 총을 뽑아낼 수 있으니까. FBI요원이 앙드레 김의 복장으로 다닐 수는 없지. 졸리도 '쫙' 들어붙는 날렵한 옷으로 몸매의 라인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실제라면 너무 큰 가슴이 거치적거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없으면 얘기가 달라지지.
이런 미끈한 여자 형사의 패션코디를 보여주는 또 한편의 작품이 있다. 애슐리 쥬드(36) 주연의 '트위스티드'. 그녀는 할리우드 늦깎이 여배우로 갈수록 매력을 뿜어내는 30대. 신비스런 눈빛에 농염한 몸매, 크게 사고칠 것 같은(?) 분위기로 남자들을 감질나게 하는 여배우다.
'트위스티드'에서 그녀는 촉망 받는 형사다. 뛰어난 수사력으로 남자 요원들의 질시와 시기를 받는다. 치명적인 약점은 술만 마시면 바에서 젊은 남자를 유혹해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원 나이트 스탠드'(하룻밤 사랑)의 명수. 그녀의 뜨거운 '바람기'는 유전이다.
남자들의 변사체가 잇따라 발견된다. 하나 같이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있고, 얼굴이 피투성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그녀와 몸을 섞은 남자들인 것이다. 애슐리 쥬드는 '아이 오브 비홀더'에서 이완 맥그리거에게 목욕탕 구멍으로 훔쳐보기를 당했던 터라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트위스티드'는 여자수사관의 에로틱 이중생활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이 근처에 살아요?"라고 물으면 백발백중 걸려든다. 그리고는 목마름을 달래듯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남자들은 위험한 그녀와 달콤한 섹스를 나누고는 비참한 죽음으로 댓가를 치른다.
애슐리 쥬드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다. 안젤리나 졸리와는 큰 격차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왜 최근까지 스릴러에 계속 출연하는 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녀가 출연하는 작품은 스릴러든 아니든, 에로틱하게 여겨진다. 그것은 그녀를 쳐다보는 영화 감독과 제작자의 시선이 그렇기 때문은 아닐까. "하룻밤 자 보고 싶지 않은 여배우는 절대 에로틱한 배역에 쓰지 않는다"는 어떤 감독의 말처럼, 그녀의 에로틱파워가 장르를 녹여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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