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징어철…채낚기 어민 한숨만

입력 2004-09-29 08:53:23

동해안 어민들의 주소득원인 오징어철이 돌아왔다.

동해 어업전진기지인 울릉군 저동항에는 지난 14일부터 어황이 다소 순조로워 최근까지 1천300t의 오징어를 잡아 25억4천만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수협 위판장에는 오전 6시부터 갓 잡아온 오징어를 할복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나 울릉수협 소속 350여척의 어선들 중 절반 정도는 출어를 포기한 채 발이 묶여 있다.

면세유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자 조업은 할 수 없다는 것.

예년의 경우 본격적인 출어가 시작되면 위판장은 갓 잡아온 오징어로 넘쳐나 오후 2, 3시까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울릉은 물론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시·군 모두 비슷하다.

동해안 어민들은 최근 면세유 인상과 함께 어자원마저 고갈되면서 생계마저 위협받을 지경이다.

어민들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더욱 힘들다"며 "여건만 허락된다면 삶의 터전인 바다를 떠나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울릉수협 공진우 과장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30여년 동안 오징어 한 축(2kg)의 평균 가격이 2만~2만2천원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2만원 선으로 떨어진 마당에 어민 소득이야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

▨면세유 폭등

최근 연근해 수산업계에 공급되는 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평균 13.5% 올랐다.

이에 따라 연근해 어선의 80%가 사용하는 고유황 경유 한 드럼(200ℓ)은 7만5천200원에서 8만5천원으로, 저유황 경유는 6만6천140원에서 7만8천94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4천820원보다 31%나 오른 것.

여기에다 정부는 앞으로 3년 내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까지 올린다고 발표해 어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동영호(20t) 선장 정영환(46)씨는 "선원 4명과 함께 지난 21일 출어해 오징어 100축을 잡아 하루 100만원의 위판고를 올렸지만 각종 경비를 빼고 나니 오히려 적자"라고 했다.

정씨는 "출어해 사용한 경유가 10드럼(2천ℓ·85만원)으로 1만원짜리 물오징어 85축을 팔아 기름값과 밥·부식값 5만원, 나머지 10만원으로 5명이 똑같이 나누면 1인당 2만원씩밖에 돌아가지 않았다"며 "고기가 적게 잡히는 날에는 기름값도 못 건지는 상황이니 어떻게 출어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어자원 고갈

출어경비 못지 않게 어민들을 분노케 만드는 것이 바로 불법조업과 외국 선박들의 싹쓸이 조업. 바로 어자원 고갈로 연결된다.

최근 중국 어선들이 북한과 어로계약을 맺고 동해안에서 대규모 조업에 나서고 있어 동해안 오징어채낚기 어민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경우 쌍끌이 저인망식으로 조업하기 때문에 채낚기어선에 비해 포획 강도가 월등히 높다.

특히 동해안의 대표적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연해주 연안에서 북한 연안을 타고 남하한다.

하지만 북한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할 경우 오징어는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에 싹쓸이되고 만다.

선장 김성호(60)씨는 "중국 어선들도 골칫거리지만 어군이 형성될 때마다 부산과 경남지역 대형 트롤어선들이 경북 동해안까지 올라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것도 말못할 고민"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이들 경남 어선들은 4, 5척씩 선단을 이룬 뒤 야간 조업까지 하면서 치어까지 마구 잡아 가뜩이나 어려운 채낚기 어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붕괴되는 어촌

유류비 및 인건비 상승과 함께 어자원 고갈은 어민들에게는 치명타다.

이처럼 갈수록 어업환경이 악화되자 상당수 어민들은 적당한 때가 되면 어촌을 떠나려 하고 있다.

최근 경북 동해안 각 시·군이 해양수산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10t 미만 연안 소형 어선 2천728척 중 50.4%인 1천377척이 감척을 희망했다.

시·군별로는 포항이 1천650척 중 975척(59%), 경주 208척 중 52척(25%), 영덕이 870척 중 350척(40%), 나머지 울릉으로 각각 집계됐다.

어민들의 평균 승선 연령은 5~10t 미만은 46세, 3~5t 미만은 54세, 1~3t 미만은 56세, 1t 미만은 58세로 나타나 규모가 적을수록 노령화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감척 사유로는 어획 부진이 60%, 출어경비 상승으로 인한 수지 악화 30%, 젊은층 승선 기피에 따른 운영 불가 10% 등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연안 소형어선의 평균 연간 순수익은 1t 미만 1천만원, 1~3t 1천500만원, 3~5t 2천500만원, 5~10t 4천만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입 감소로 최근 몇 년 동안 동해안 항·포구에는 어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는 어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

한때 3만명에 달했던 울릉군 인구는 갈수록 줄어 지금은 1만명도 채 안되고 있다.

이는 절박한 어촌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어민들은 "정부는 1차산업 육성에 새로운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농·어업이 무너지면 우리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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