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김지석의 제9회 부산영화제 추천 영화

입력 2004-09-29 08:53:23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이번 영화제에서 볼 만한 영화들을 추천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아시아 영화가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를 매개로 가족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작품인 중국 씨아오지앙 감독의 '영화시대'를 비롯해 장엄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야생 세계의 관계에 대해 그린 카자흐스탄 영화 '사냥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깜찍한 성적 고민을 담은 홍콩 영화 '베컴이 오웬을 만났을 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또 이와이 슌지 감독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와 실비아 창 감독의 '20:30:40'도 각기 다른 세대의 여성들의 고민과 정서를 꼼꼼하게 풀어낸 수작. 인도 영화 M F 후세인의 '미낙시-세 도시 이야기'와 아프가니스탄의 '대지와 먼지'도 숨 못 쉬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을 선보인다.

한국 영화로는 올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추천하고 싶다.

최소의 대사와 최소의 기교가 빚어내는 영화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혼과 물질의 대항을 보여준다.

'여자, 정혜'는 손짓과 표정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마음의 풍경을 단숨에 드러내는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은 젊음의 불안에 관한 빼어난 관찰, 도시 뒷골목 삶에 관한 인류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와이드 앵글에 진출한 '편대단편'은 기억이라는 낯익은 소재를 세련되게 풀어내 한국형 SF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채무자'는 빈틈없는 구성과 정교하게 묘사되는 심리변화, 그리고 반전으로 허를 찌르는 단편의 묘미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영화제 전체에서 가장 독특한 영화로 평가받는 '영화시대'는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죄수복을 입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선정적인 표현과 중반 이후 밀어붙이는 힘있는 액션이 볼 만하다.

독일영화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빔 벤더스 감독의 '풍요의 땅'과 테오 앙겔로풀로스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안개 속의 풍경'은 가급적 놓치지 말자. 아름답고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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