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적막감...성매매 방지법 첫밤

입력 2004-09-23 14:02:00

발 끊은 남성---불 꺼진 홍등

"당분간은 문을 닫고 눈치를 살펴야죠." "우리 업소는 2차를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23일 0시. 집창촌과 유흥업소, 유리방, 안마시술소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업소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고, 업주들이 단속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가운데 일부 업소는 아예 폐업하는 등 법의 위력이 위세를 떨쳤다.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대구 수성구 황금'두산'지산동 일대의 고급 룸살롱들은 이날 '우리 업소는 2차를 하지않습니다'는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걸었다.

한 룸살롱의 업주는 "이번주 초부터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오늘(22일) 밤에는 손님이 한팀밖에 없다"며 "아마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소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들안길에 있는 ㅇ가요주점 손모(29'여)씨는 "이번 집중단속 기간 동안에는 아예 문을 닫고, 다른 업소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또 "업소에 진 빚이 없으면 여종업원들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런 여종업원을 구할 수 있고, 또 믿을수 있는 단골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잠시 문을 열수 있을 것"이라고 한 숨을 쉬었다.

대표적 집창촌인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은 사실상 개업 휴점 상태였다.

22일 밤 10시쯤. 60여개의 윤락업소가 밀집한 이곳은 '성매매 방지법' 시행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한 업소의 호객꾼은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차차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손님 한사람도 받지 못했다"며 "7명의 여종업원 중 3명은 추석을 쇤다며 고향으로 떠났고, 갈 곳 없는 종업원들만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업소의 입구마다 설치된 유리방 대기실에 앉아 있는 종업원은 많아야 80여명 정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280여명의 여종업원이 있었다.

하지만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8개 업소가 자진 폐쇄를 한데다 나머지 업소들도 더이상은 선불금을 주고 여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어 숫자가 대폭 줄었다.

한 업주는 "업소들이 경찰 특별단속 기간인 한달 동안 여성종사자들에게 가능하면 근무를 하지 말 것을 지시했으며, 각 업소마다 불만 켜 놓자고 사실상 휴업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밤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 여성 인권지원센터의 상담자 8~9명이 여종업원들과의 상담을 위해 자갈마당을 찾아왔다가 일부 업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40대 업주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영업이 안되는데 종업원들이 일을 못하도록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이제는 찾아올 손님도 없으니 제발 좀 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자갈마당은 새벽 1시를 넘어서도 찾는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퇴폐 이발소나 유리방 등 유사 윤락업소들도 찬바람을 맞기는 마찬가지.

이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찾아간 대구 남구 달성군청 옆 ㅇ대화방. 2평 남짓한 공간을 유리로 나눈 뒤 소파 하나씩을 놓고 전화기를 이용,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이 업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손님이 6, 7명 정도인데 불경기 탓인지, 단속 탓인지는 몰라도 이번 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손님이 워낙 없으니 단속도 별로 걱정을 않는다"고 했다.

대구 중구 종로1가의 한 골목길에서 '이발'이란 간판만 내걸고 퇴폐 업을 하고 있는 김모(44)씨도 "평소에도 하루에 2,3명이 찾는 정도이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아직 손님을 받지도 못했다"며 "이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최병고·문현구기자(사진설명)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하루 앞둔 22일밤 대구 중구 도원동 사창가 밀집지역인 속칭 자갈마당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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