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내버스 파업

입력 2004-09-23 11:55:00

지난 198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22일부터 포항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했다.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273대가 운행을 멈췄고, 독점 운영하던 시내버스가 중단됨에 따라 시민들은 발이 묶인 채 애만 태우고 있다.

포항시 역시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등 임시방편만 내세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성원여객 어떤 회사인가

성원여객은 현재 273대(일반버스 190대, 좌석버스 83대)의 시내버스와 322명의 운전기사가 있다.

현재 성원여객 주식의 51%는 영암장학회(이사장 황대봉 대아그룹 회장)가 갖고 있다.

결국 성원여객의 모기업은 대아그룹인 셈이다.

대아그룹은 "지난 1996년 8월 재일교포인 현 홍석근(59) 사장에게 주식을 매각했으며, 버스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 소유주는 여전히 대아그룹인 셈이다.

포항 시민들은 성원여객이 지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대아그룹 소유라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대아그룹이 파업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식으로 일관하자 기업윤리를 거론하며 비난하고 있다.

대아그룹은 주식 매각 당시 버스는 그룹의 창업종이어서 적자가 나더라도 계속 경영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시민 정서가 지탄쪽으로 흐르자 외관상 경영에서 손을 뗀 것처럼 했었다.

또 성원여객은 대아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수시로 비수익 노선(외곽지) 적자 누적을 이유로 포항시에 시내버스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때마다 포항시는 시 보조금 지원을 늘리는 등 성원여객 측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시내버스 운영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내버스를 독점운영하고 있는 포항지역의 시내버스 운영체계상 언제든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제2, 제3의 파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노선 전수조사할 것

정장식 포항시장은 22일 오전 버스 파업사태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정 책임자로서 추석을 앞두고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뒤 "빠른 수습을 위해 시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또 이 자리에서 "이 기회에 독점운영 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비수익노선과 수익노선의 배분 등을 위해 노선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비수익 노선에 대해서는 경영상태를 공개한 반면, 시내노선은 기업 비밀을 이유로 경영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 노조 측에 따르면 교통량 조사 때는 평소에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지 노선에 대해서는 실제 인가대수보다 적게 운영해 오다가 조사 때는 인가난 차량을 전부 현장에 투입하는 편법을 써왔다는 것이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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