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英인질 동영상 "나는 살고 싶다"

입력 2004-09-23 08:48:59

영 외무.파월 미 국무 "협상은 없다"

이라크 무장테러단체 '유일신과 성전(알 타우히

드 알 지하드)'에 납치된 영국인 인질 케네스 비글리(62)가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22일 이슬람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그러나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테러집단과의 협

상 불가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케네스 비글리의 석방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비글리는 이들 단체가 인질을 살해하기에 앞서 입혔던 오렌지색 옷차림으로 동

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케네스는 몇 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

리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일신과 성전은 케네스와 함께 납치한 미국인

인질 2명을 이미 참수했다.

케네스는 동영상에서 "나는 지금 블레어 총리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당신

만이 이 지구상에서 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흐느끼면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제발 이라크 여성 수감자들을 석

방해 달라. 내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아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유일신과 성전이 이라크인 여성 수감자 2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은 2명의 여성 과학자들을 억류하고 있지만 이들을 석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

다. 영국이 수감한 이라크 여성은 없다.

그러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BBC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납치범들과 협상을 시작하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며, 비글리의 가족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비글리 석방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석방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외무부 대변인도 "비글리의 애원이 담긴 동영상을 긴급히 분석했으며 가족과도

접촉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테러리스틀과는 협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국이 케네스 비슬리의 호소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된 뒤 즉각 '협

상불가'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가 살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 6월 이들에 의해 납치됐던 김선일씨의 경우 한국 정부가 인질범들의

요구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살해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6월 21일 새벽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납치사실이 공개되자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김씨는 22일

밤 피살된 채 발견됐다.

그러나 비글리의 남자 형제인 폴은 "최소한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면서 석방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유진 암스트롬과 잭 헨슬리 등 자국민 2명

이 납치범들에게 살해된 것과 관련, "유족들에게는 깊은 위로를 전하지만 우리의 정

책은 변하지 않는다. 납치범들과의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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