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사

입력 2004-09-22 16:56:23

청량사에 오르려면 입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육모정에서 시작하면 지름길이긴 하지만 포장된 길이라 산행하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가파르다. 금방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경사가 심한 산길은 좀처럼 평지를 보이지 않는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연신 깊은 호흡을 내뿜어야 한다. 그러나 싫지가 않다. 흙냄새, 소나무 향기가 코를 진동한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물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따금 뺨을 스치는 바람도 함께 한다.

오솔길이긴 하지만 한쪽은 천길 낭떠러지고 한쪽은 바위투성이의 산길이다. 이런 길은 다른 산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속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량사와 응진전 갈림길에서 20여분이면 청량사에 도달한다. 앞, 뒤, 옆 모두가 산이다. 유리보전 앞에 서면 문득 산봉우리들 숲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청량사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이다. 문수봉, 금탑봉, 연화봉, 반야봉이 보기 좋게 둘러 처진 청량사는 '청량'이란 이름 그대로 맑고 밝은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금탑봉은 단풍이 드는 가을 해질녘이면 봉우리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 초입에 접어든 지금 황단풍이 물들어간다.

청량사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있다. 고려 공민왕이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과 '지불'이다. 유리보전 법당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이 모셔져 있다.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약사여래불을 중심으로 그 옆으로 지장보살,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다. 금박을 입혀 겉모습만으로는 종이부처인지 눈치채지 못하다. 유리보전 앞에서 지난 18일 밤 '자비와 사랑으로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2004 청량사 산사 음악회'를 개최했다.

범종각 아래에는 찻집이 하나 있다. 그 이름도 예쁜 안심당(安心堂). 너와지붕과 황토 흙벽의 예스러운 굴뚝이 인상적이다. 토방 분위기의 실내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지로 만든 학과 거북, 원앙 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나무바닥에는 거적이 깔려 있다. 출입구에는 바람개비에 의해 돌아가는 말인형의 그림자가 한지를 댄 전등갓에 비치도록 한 주마등도 있다. 적송탁자에서 솔향기가 솔솔 풍기는 '솔바람 차'를 들며 통유리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건너 축융봉 숲에서 구름이 피어난다.

안심당은 정상에 오르기를 포기한 채 절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지현 스님이 마련한 쉼터. 그 찻집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화두가 나무에 새겨져 있다. 지현 스님이 쓴 시다. 차 한 잔을 하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한번 쯤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열린 문 사이로 들려오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청량사는 또 철길 침목으로 만든 사찰 진입로도 독특하지만 안심당 옆으로 나 있는 물길도 눈길을 끈다. 기왓장으로 포개 물길을 만들었다. 산사를 찾은 이들에게 물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청량산에는 청량사이외도 노국공주가 기도했던 응진전을 비롯해 신라시대 최치원의 유적지로 알려진 고운대,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던 김생굴,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등이 있다. 이밖에 공민왕이 피란 와서 쌓았다는 청량산성, 최치원과 김생이 바둑두던 난가대, 청량폭포 등도 볼거리다.

◇봉화송이축제

'가을의 진미, 송이 맛보러 오세요'

경북 봉화에서는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내성천 일원에서 '제8회송이축제'를 연다. '숲속의 보석! 송이 찾아 봉화로'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송이요리 시식은 물론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행사 등 가을의 향기를 흠뻑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주목할 만한 행사는 송이채취 체험행사. 삼림욕도 즐기면서 하는 송이채취 체험은 참가자들이 봉성면 우곡리 등 송이가 자라는 산을 돌아다니며 숨어 있는 송이를 찾아 캐는 행사다. 캔 송이는 현장에서 시세에 따라 지불한 뒤 가져갈 수 있다.

또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는 래프팅과 송이볼링 체험, 솔봉이(송이축제 캐릭터) 만들기, 우마차.가마타기 등이 있으며 팔씨름, 제기차기, 닭싸움대회 등 즉석경기도 있다. 이와 함께 송이요리 경진대회와 송이 카페가 운영되며 봉화읍 내성리 내성천과 석평리 유록천 일원에서 반딧불이 자연생태 체험도 할 수 있다.

송이축제는 무엇보다 저렴한 값으로 질 좋은 송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행사장에 시식 및 송이요리 판매코너와 직판장을 운영한다. 송이 판매골목이 상시로 운영되어 품질이 확실한 질 좋은 송이도 구입할 수 있다. 또 송이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총출동하는 먹을거리 장터에서는 송이국수, 송이불고기, 송이회 등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이밖에 송이요리 경진대회, 송이요리 전시회, 야생화 사진 전시회,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며 송이전시관과 출향작가 초대 시화전 등도 운영된다.

또 이번 축제는 '제23회 청량문화제'가 함께 개최돼 올해 처음 선보이는 삼계 줄다리기와 전통혼례, 농악단 시연, 찰떡치기, 한시백일장, 풍물놀이, 널뛰기, 토호던지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행사준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지난해보다 기상여건이 좋아 송이 풍년이 기대되는 만큼 저렴한 가격에 송이 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좋은 송이 고르기

송이버섯은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약간 굵고 은백이 선명한 것일수록 좋다. 송이는 4등급으로 나누는데 길이가 8cm 이상, 갓이 펴지지 않고, 자루 굵기가 균일한 것을 최상급으로 친다. 국내산은 갓과 자루에 흙이 묻어있는 것이 많으며 조직을 갈라보면 유백색을 띠는 데 반해 중국산은 국내에 반입돼 판매되기까지 1주일가량 걸리기 때문에 갓 부분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향이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다.

◇옥류관

송이축제에 갔으면 송이요리를 먹어봐야 한다. 봉화읍에서 춘양쪽으로 약 8km 지점에 있는 옥류관에 가면 그날 채취한 송이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쇠고기와 함께 자연그대로의 송이 맛을 즐기려면 송이철판구이, 송이의 향과 시원한 국물 맛을 보려면 송이전골을 시키면 된다. 그리고 송이와 은행, 검은콩, 기장 등을 넣고 지은 송이돌솥밥도 있다.

주방장 박기수씨는 "송이는 끓이거나 완전히 구우면 맛과 향이 파괴된다"며 요리할 때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열을 가한다고 했다. 그리고 파, 마늘, 고추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피해 송이 고유의 향과 맛을 최대한 살린다고 말했다.

옥류관 한켠에서는 송이도 판매하고 있다. 산주들로부터 직접 구입한 송이인데, 시중보다 30% 싼 가격이다.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 준다. 문의: 054)672-6666.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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