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창조, 그리고 응용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촌스럽다고만 여겨지던 지나간 옷들이 하나의 큰 패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쓸모 없다고만 여겨지던 온갖 생활용품마저 센스있는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빈티지(vintage)' 라는 말이 패션에 있어서도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게 됐다.
그래서 어머니나 할머니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그대로 입거나 조금 변형시켜 입어도 이상할 게 없다.
요즘 들어 유럽에선 '할머니틱'한 과거의 의상을 그대로 입을 뿐만 아니라 이걸 변형시켜 다시 하나의 창조품으로 만들어 입는 '빈티지 리메이드(vintage re-made)'가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런던의 캄덴, 밀라노의 나빌리오 마켓 등 재래시장 구석구석에서 구입한 빈티지 옷들을 새로 디자인해서 입거나 버버리(Burberry), 샤넬(Chanel) 등 오래 돼 어머니나 할머니가 입지 않는 유명 브랜드 옷을 자기 취향에 맞게 고쳐 입는 일도 유럽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과거의 의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빈티지 리메이드' 연출을 위해서는 당연 그에 맞는 개성 강한 패션 소품도 필요한 것 같다.
어릴 때 가지고 놀다가 방 한구석에 세워 놓았던 미키마우스 인형 핀, 모형 자동차들을 붙여 만든 팔찌, 자전거 체인 또는 탈로 만든 목걸이, 재활용 비닐 소재의 옷 등 엽기적인 재료들을 옷에 붙이고 달고 다니는 것도 빈티지를 이용한 재미있는 스타일 연출 중의 하나이다.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출신 신인 디자이너 히로(Hiro)는 이러한 빈티지 소품을 재치있게 변형시켜 만든 의상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컬렉션에서 가발을 이용해 만든 핀들을 옷 구석구석에 붙여 여러 패션 미디어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빈티지를 활용한 특이한 패션 소품들은 유럽 젊은이들, 특히 패션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클럽에서 '나이트 패션' 연출의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런던의 웨스트 엔드(West End)에 위치한 '낙낙낙 (NagNagNag)', 다양한 패션 파티 장소로 유명한 '캐시 포인트(Cash Point)', 그리고 밀라노의 '글리터(Glitter)' 클럽에서는 빈티지 리메이드 의상과 더불어 충격적이기까지 한 여러 가지 패션 소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남이 입던 걸 어떻게 입나?' '저런 유치한 물건을 어떻게 달고 다닐 수 있나?' 하는 한물 간 사고방식들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개성 만점의 스타일 연출을 위해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거니와 'Red Carpet(빨간 양탄자)'의 할리우드 시상식에서 자주 보여지는 몸에 딱 붙으면서 화려한 스타일을 모방하려는 패션만이 패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대가 차츰 다가오는 듯하다.
정미화·패션 저널리스트(컬트 밀라노·뉴욕 패션 TV)
mihwachoung@yahoo.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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