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원로 논쟁

입력 2004-09-20 16:01:18

TV 미디어비평에서 원로(元老)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정리해야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지난번 각계의 원로 1천400여명이 국가보안법폐지 시국성명을 낸걸 이른바 보수신문에선 대체로 '원로'라고 지칭했고 진보언론 매체에선 '원로' 대신 '인사(人士)'로 쓴걸 놓고 과연 어느것이 적절한 건가에서 비롯됐다.

이 문제를 제기한 자체가 그들에게 '원로'라고 지칭하는 게 부적절함을 은연중 내비치면서 주로 '5.18' '12.12 군사반란' 관련자들을 지목하기도 했다.

또 주동자가 통치한 정권에서 일해온 사람들에게 까지도 '원로'라고 불러야 하느냐는 얘기도 곁들여졌다.

▲이 TV프로를 보면서 느낀 게 그런식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과연 우리 현대사의 숱한 시련속을 살아온 인사들 중 과연 몇 사람들에게 진정 원로(元老)라 지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그 독재정권에 항거해온 인사들에게 '원로'라 지칭해야 되는냐 하는 문제로 귀착되는데 이것도 문제는 얼마든지 제기할 수도 있다.

물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정부 여당의 주장의 근저에는 현 집권세력의 상당수가 그 법에 저촉을 받아 불명예를 안고 있는것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3.5.6공 정부를 이끌어 왔던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그 당시엔 그들의 행적은 친북좌파 성향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누구의 시각이 맞느냐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나올수가 있을까. 거기엔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되는 '처절한 가난'을 어찌했든 오늘의 1만달러 소득의 터전을 만든 산업화의 주역이라는 요인 등 역사.정치.경제.시대상 등등 모든 관점을 종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재에 항거한 '민주 인사'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겠으나 과연 그들이 그 후의 삶도 고고하게 살아왔느냐 하는 점도 고려할 때 후세에 '원로'로 대접을 받을지는 또 의문이다.

'원로'를 놓고도 이런 많은 논쟁이 요구되고 명쾌한 해답을 낼 수가 없는데 멀게는 근 100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하는 '친일 진상'이 과연 밝혀지겠는지 의문스럽다.

'김희선 의원' 한 가계 문제로도 야단인데 하물며 근 15만건이라면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처리할 수나 있을는지….이런 걸 왜 끄집어내 분란인지 납득이 안 된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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