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린가스 원료 수입시도 파문

입력 2004-09-20 11:05:42

국내업체로부터 시안화나트륨(화학용 살상무기인 사린가스의 원료)을 수입한 태국업체가 이를 북한으로 재수출하려고 했던 사실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주 국회 예결위에서 국내업체로부터 시안화나트륨을 수입한 태국 업체가 이를 북한으로 수출하려다 제지된 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김재원(金在原)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시인했었다.

그러나 반 장관은 우리업체가 수출한 338.2t중 북한으로 수출될 뻔 했던 71.2t을 제외한 268t의 회수과정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태국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곧바로 "6월중 두차례에 걸쳐 우리 수출회사가 전량 회수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반 장관의 답변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71.2t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외교부나 전략물자 소관부처인 산자부 모두 확실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수혁(李秀赫) 차관보는 김 의원의 같은 질문에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반 장관이 당시 태국을 방문한 목적(사린가스의 대북수출 저지)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어진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도 같은 질문에 대해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치명적인 화학무기로 대량살상을 불러올 수 있는 사린가스 원료의 대북수출 시도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우리 안보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우리업체가 태국업체에 수출한 것으로 확인된 시안화나트륨은 외교부가 김 의원에게 보고한 338.2t만이 아닌 3천799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자원부와 관세청이 19일 한나라당 송영선(宋永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업체가 태국으로 수출한 시안화나트륨은 2002년 1천269t, 지난해 1천499t, 올해(1∼8월) 1천31t 등 3천799t에 달했다. 또 우리나라가 태국으로부터 수입한 시안화나트륨은 2002년과 지난해에는 전무했으나 올해는 142t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문제의 142t은 한국에서 태국으로 수출됐다가 다시 북한으로 가려던 도중 적발돼 한국으로 회수된 양일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과거 태국에 수출한 물량 전체에 대해 어떻게 처리됐는지 추적,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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