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깨끗한 물 좀 마시자"

주민들 "수자원공사 지원받아야"

영천댐이 영천에 있지만 댐물 대부분이 포스코 등 포항으로 보내지면서 정작 영천지역 주민들은 댐물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댐물은 정수해야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데 영천시가 보유한 정수장의 시설규모가 턱없이 작아 영천댐 물을 쓰지 못하고, 정수된 상태에서 보내주는 청도 운문댐 물과 신녕천 강물을 정수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 시는 통합정수장을 만들어 오는 2008년부터는 '영천 시민들 모두가 댐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정수장 건립비 조달방안이 난감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 '수자원공사에서 지원을 받아내서라도 조기에 정수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코앞에 좋은 댐물 놔두고

영천지역의 일일 수돗물 사용량은 3만9천t 가량. 이 중 2만1천400t가량은 수자원공사가 정수된 상태로 보내주는 운문댐 물이고 나머지 1만7천500t가량은 신녕천 복류수를 정수해 사용하고 있다.

영천댐 물의 혜택을 받는 곳은 임고·자양면 등 댐 근처 동부 지역 일부이고, 사용량도 고작 하루 5천t 정도다.

문제는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신녕천 복류수의 수질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수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천지역 땅에서 솟아나는 물은 석회질이 많아 영천댐 물처럼 좋은 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충분한 수량확보도 고민거리다.

신녕천 복류수는 갈수기에는 물이 달린다.

시는 이 때마다 운문댐 급수량을 늘리는데 수자원공사는 종전 319원이던 물값을 올초부터 357원으로 인상, 가뜩이나 적자보는 수도사업비의 적자가 더욱 커지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감감한 통합정수장

영천시는 오는 2008년까지 460억원을 들여 하루 1만5천t의 정수능력을 갖춘 정수장을 만들기로 했다.

이 정도면 전체 시민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 원수는 모두 영천댐에서 공급받기로 수자원공사 측과 협의가 끝났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좋으련만 이는 순전히 '계획'이다.

전체 예산 가운데 국비 50억원만 확보했을 뿐 나머지 410억원은 언제쯤 확보될지 예상조차 어려운 게 현실.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먹는 물 확보가 최대 현안인 만큼 빨리 추진되어야 하는데 예산이 계획대로 조달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사업기간 내 준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청의 다른 관계자 역시 "사업 내용의 타당성은 인정하지만 영천에서 400억원 예산을 단시일 내 마련한다는 것은 전체 예산규모로 미루어 기대난"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없어 좋은 내 동네 물은 남의 동네 공장(포스코 등) 물로 다 퍼주고 정작 이 동네 사람들은 수질이 떨어지는 강물 먹는 한심한 꼴이 말이 되느냐"고 한 지역 원로는 목소리를 높였다.

△수자원공사 지원절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영천지역 일부 공무원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수자원공사에 지원을 요청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전국에 댐이 있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댐이 들어서면서 영천은 각종 규제만 받았지 혜택을 받은 게 거의 없다는 현실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댐물 공급문제를 두고 시의회 등 이미 몇차례 지역민들과 수자원공사 간 말이 오가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수자원공사의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수자원공사의 사업내용이 '물장사'라는 점을 감안, 채수장소를 제공한 인근 고객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라도 공사 측이 정수장 건립비의 일정 부분을 감당하라는 것이 지역민들의 요구다.

또 일부 시민들은 영천시 혼자만 나설 것이 아니라 도내의 청도, 안동 등을 비롯해 전국의 댐주변 지역 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수자원공사에 읍소작전을 펼치는 것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지자체를 대신해 지방상수도 사업에 참여하는 '지방상수도 효율화 사업'에 영천시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 양측이 구체적 안을 가지고 협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