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고양이와 쥐

입력 2004-09-20 09:02:19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울 적에는 고양이와 쥐가 친구였대. 하루는 고양이가 쥐를 자기 집에 불러서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했지. 그러니까 쥐는 좋아라하면서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그러는 거야.

"아, 참 잘 먹었다.

고양아, 내일은 우리 집에 오너라. 내가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하마."

그 말을 믿고 고양이는 그 이튿날 쥐의 집을 찾아갔어. 그런데 쥐는 고양이를 본 체 만 체하고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더래.

"얘, 쥐야. 나 왔다.

고양이가 왔어."

그래도 들은 척 만 척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 뭐야. 무슨 말을 해도 눈도 끔쩍 않고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있나. 고양이는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왔지.

그 이튿날 쥐가 고양이 집을 찾아왔기에, 고양이는 마지못해 또 쥐에게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했어. 그러니까 쥐는 좋아라하면서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또 그러는 거야.

"아, 참 잘 먹었다.

고양아, 내일은 우리 집에 오너라. 내가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하마."

"어제도 너의 집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잖아."

"미안하다.

어제는 마침 하늘보고 공부하는 날이라서 그랬지."

고양이는 그 이튿날 또 쥐의 집을 찾아갔어. 그런데 이번에는 쥐가 고개를 숙이고 땅만 굽어보고 있더래.

"얘, 쥐야. 나 왔다.

고양이가 왔어."

그래도 들은 척 만 척하고 땅만 굽어보고 있지 뭐야. 무슨 말을 해도 눈도 끔쩍 않고 땅만 뚫어져라 굽어보고 있으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있나. 고양이는 또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왔지.

그 이튿날 쥐가 고양이 집을 찾아왔기에, 고양이는 마지못해 또 쥐에게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했어. 그러니까 쥐는 좋아라하면서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또 그러는 거야.

"아, 참 잘 먹었다.

고양아, 내일은 우리 집에 오너라. 내가 맛난 음식을 많이 대접하마."

"어제도 너의 집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땅만 굽어보고 있었잖아."

"미안하다.

어제는 마침 땅 보고 공부하는 날이라서 그랬지."

고양이는 그 이튿날 또 쥐의 집을 찾아갔어. 그런데, 이번에는 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더래.

"얘, 쥐야. 나 왔다.

고양이가 왔어."

그래도 들은 척 만 척하고 만산만 바라보고 있지 뭐야. 무슨 말을 해도 눈도 끔쩍 않고 먼 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있나. 고양이는 또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왔지.

그 이튿날 또 쥐가 고양이 집을 찾아와서 뭐 먹을 것이 없나 하고 기웃거리기에, 이번에는 고양이가 버럭 화를 내면서 발톱을 세웠어.

"이 고약한 놈아, 또 네 꾀에 속아넘어갈 것 같으냐? 어림도 없다.

"

그러면서 막 쫓아가니까 쥐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갔지. 그 때부터 쥐는 고양이만 보면 도망가고, 고양이는 쥐만 보면 쫓아가게 됐단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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