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읽기-(3)다양한 시각으로 읽기

입력 2004-09-20 09:02:19

신문 기사는 가치중립성과 객관성을 추구한다.

있는 사실이나 발생한 현상을 특정한 시각에서 더하거나 빼지 않고 쓴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무리 중립적으로 쓴다고 해도 읽는 사람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는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다.

똑같은 기사라도 한 편에서는 유리하게 받아들이는데 다른 편에서는 불리하게 여기거나, 아무리 비중 있게 다룬 기사라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에겐 전혀 필요 없는 기사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글 읽기와 쓰기에서 이런 측면을 알아두는 것은 대단히 유용하다.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읽게 되면 일방적으로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관점이나 접근 방법, 글의 전개방법 등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도 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는 여러 입장에서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러 시각에서 보기

하나의 기사를 읽을 때도 어떤 관점,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령 지난 17일자 매일신문 30면에 실린 '상수도 요금 장기 체납' 관련 기사를 보자. 구미시, 포항시, 안동시 등이 상하수도 사용료를 장기 체납한 기업이나 상가, 가정 등에 대해 징수를 독려하고 단수 조치까지 한다는 내용이다.

다분히 지방자치단체나 상하수도 사업소 등 기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기사다. 그러나 관련기관이 단수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만큼 상하수도 요금을 제때 못 내고 있는 가정이나 기업체 등이 많다는 사실은 불경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각종 공과금 가운데 부담이 적은 편인 상하수도 요금까지 연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벌이가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기사가 더 와닿을 것이다.

지난 주 대구에 쓰레기 대란 위기를 불렀던 방천리 쓰레기 매립장 사태 역시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며칠에 걸친 기사는 우선 청소차가 매립장에 들어가지 못함에 따라 대구 도심에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해당 주민들의 집단행동 이유와 대구시의 문제점, 시민의식 결여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주민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겪는 고통이나 집단행동의 원인, 요구 등을 더 비중 있게 다뤄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반면 대구시로서는 사태 자체가 크게 다뤄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넘치는 쓰레기를 하루이틀 지켜본 시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다는 이야기보다 한시바삐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사를 맘 편히 볼 것이다.

신문 읽기를 할 때 기사가 주는 메시지에 단순히 빠져들 게 아니라 이처럼 한 걸음 물러서서 어떤 시각에서 기사를 다루고 있는지, 다른 시각이라면 기사가 어떠해야 할 지 등을 생각해 본다면 한층 재미를 높일 수 있다.

▲하나의 시각으로 보기

하루치 신문은 대개 30~50쪽에 걸쳐 방대한 분량의 기사와 광고를 제공한다.

제목만 읽어도 적잖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관심사, 흥미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신문을 읽는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신문을 본다면 정보의 생산과 유통, 취사선택이라는 흥미로운 과정을 깨달을 수 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은 하루치 신문을 두고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보는 것이다.

가령 학생의 입장에서 유용한 기사들을 전체 신문에서 찾아본 뒤, 주부가 스크랩해둘 만한 기사들을 찾아 양자를 비교해 보자. 마찬가지로 회사원이나 기업체 대표, 노동자, 상인 등 다양한 입장에서 하루치 신문을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각기 신문에 실리는 기사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특정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사는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해당 직업이나 계층, 나아가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활동으로 손쉽게 확장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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